미·중 갈등·관세 불확실성에 연휴에도 경영 구상APEC·AI 서밋·조기 인사 등 굵직한 일정 앞둬이재용, 해외 출장 … 최태원, APEC·조기 인사정의선, 美 관세 대응 … 구광모, 성장 동력 확보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최장 열흘에 이르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재계 총수들은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연휴 직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인사, 연말 사업 전략 수립 등 굵직한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경영 현안을 챙기며 하반기 전략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매년 설과 추석 연휴 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장을 챙겨왔다. 올해 설에만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경영 글로벌 경영 행보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품목관세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북미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은 삼성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들이 밀집된 지역이기도 해, 추가 수주 확보 차원에서 현장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삼성전자는 애플, 테슬라 등으로부터 연이어 수주를 따내고 있다. 전날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AI 메모리 반도체 공급 의향서를 체결하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알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머무르며 APEC 막바지 준비와 하반기 인사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의 경제인 행사 ‘최고경영자 회의(CEO서밋)’ 의장을 맡고 있다. 이에 맞춰 SK그룹이 진행하는 공식 부대행사 ‘퓨처 테크 포럼 AI’의 기조연설에 나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전략도 제시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11월 ‘AI 서밋’과 연례행사인 ‘CEO 세미나’ 등도 예정돼있다. 특히 올해는 조기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최 회장이 추석 연휴에도 인사 폭과 방향을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이인자인 최창원 의장 또한 최근 울산 포럼에서 “인사 시기는 조금 유동적이다”면서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조기 인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 ▲ 지난해 11월 '2024 APEC CEO 서밋'에서 의사봉을 인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모습.ⓒ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2024 APEC CEO 서밋'에서 의사봉을 인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모습.ⓒ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휴 기간 자택에 머물며 미래차 투자와 글로벌 시장 전략을 다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유럽보다 높은 25%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데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마저 지난달 말 폐지되면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북미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인도 등 신흥시장 확대 전략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77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만큼 투자와 재무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에도 깊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택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경영 현안 점검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최근 진행한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감이 높아지는 경영환경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 방안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석이 끝나자마자인 오는 14일에는 LG전자의 인도법인 기업공개(IPO)가 예정돼있어 일각에서는 인도를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말 임원인사 구상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는 총수들이 한숨 돌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경영 현안을 정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연말까지 이어지는 APEC, 인사, 글로벌 현안 등에 대비하려면 연휴조차 경영 구상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