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통상 압박에 수익성 추락 … 테슬라發 가격전쟁까지 삼중고25% 관세에 EU 쿼터 축소, 전기차 시장마저 흔들보급형 테슬라·고율 관세·원가 압박 … 글로벌 전략 수정 불가피
  • ▲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현대차그룹
    ▲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과 전기차 시장 격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급락한 가운데 유럽연합(EU)마저 철강 수입 쿼터를 대폭 축소하며 EU발 보호무역 폭풍이 덮쳤다. 여기에 테슬라가 3만달러대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3분기에도 미국발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봤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45조1312억원, 영업이익은 2조6287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6% 급감했다.

    기아 역시 매출 27조9687억원, 영업이익 2조2377억원으로, 이익 감소 폭이 22.3%에 달한다.

    현대차의 3분기 미국 관세 비용을 1조5000억원, 기아는 1조23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2분기보다 1.6~1.8배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약 15만대, 기아는 14만대가량의 차량이 고율 관세(25%) 적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한미 간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고율이 유지되고 있다. 2분기까지는 관세 발효 전 비관세 재고로 일부 방어가 가능했지만 3분기부터는 현지 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분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EU의 철강 저율관세할당(TRQ·Tariff Rate Quota) 제도 도입은 현대차그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하면서 무관세 수입 쿼터를 연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초과분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對)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세이프가드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EU는 앞으로 철강 제품에 조강국 증빙 의무를 부과하고 탄소 함량 기준이나 그린스틸 인증 등 환경 규제와 연계할 가능성도 크다. 자동차·기계 산업의 핵심 소재인 철강 가격이 오르면 완성차 생산원가에도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 ▲ ⓒ기아
    ▲ ⓒ기아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3만달러대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모델Y 스탠더드는 3만9990달러(약 5700만원), 모델3 스탠더드는 3만6990달러(약 5270만원)로 기존 모델보다 5000달러가량 저렴하다. 기존 롱레인지 모델보다 배터리 용량은 10% 줄었지만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전략형 상품이다.

    기아 EV6의 미국 판매가는 4만2900달러로 테슬라 모델Y보다 비싸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가격을 최대 9800달러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출시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방어와 북미·유럽 현지화 전략의 속도 조정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단기 실적보다 시장 주도권 유지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