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첫 80조원대 돌파 … ‘동학개미운동’ 시절 넘어CMA잔고 100조 육박, RP·MMF 등 대기성 자금도 증가세“코스피, AI붐, 유동성 장세 타고 상승장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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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우려에도 3600대를 넘는 ‘불장’을 연출하면서 증시 대기자금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 국내 증시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상승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0조190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직전 거래일(76조3225억원)보다 약 3조8676억원(4.82%)이나 늘어난 수준이며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5월의 77조9018억원도 뛰어넘었다. 예탁금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증시 대기성 자금들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3일 기준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94조7687억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CMA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의 대고객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 잔고도 101조4932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 뒤 매입해준다는 약속과 함께 유통하는 채권으로 증권사의 대표적 단기자금 조달·운용 수단이다.

    CP(기업어음)이나 CD(양도성 예금증서)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머니마켓펀드) 잔액의 경우 213조348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 8월 5일(233조8787억원)보다 8.78% 감소했지만, 지난달 말(197조1207억원) 대비로는 8.23% 늘어났다.

    이처럼 증시 대기성 자금들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최근 국내 증시의 강세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추석 황금연휴 간 글로벌 시장에서 ‘AI(인공지능) 낙관론’이 확산한 영향으로 상승장을 시현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을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 명절 연휴 시작 전 3549.21이었던 코스피는 10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3600대 위에서 마감했고 전날에는 3646.7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우려에 3% 이상 급락했던 뉴욕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은 모습도 보였다.

    이에 거래대금도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월 12조9598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월 들어 10조3930억원으로 19.81%나 빠졌지만, 9월에는 11조5542억원으로 11.17% 늘었고 10월 14일 기준으로는 16조9198억원으로 46.44%나 폭증했다.

    주요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4조766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1조5173억원, 3조4880억원어치씩 팔아치웠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3600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가를 달성하는 등 주식시장 활황이 이어지자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가 크게 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외국인이 시장 수급을 주도하고 있어 개인의 매수세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높은 데다 내년부터는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기대감도 높아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코스피의 움직임은 쏠림이 진행되고 유동성 효과, 실적 효과 등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충격 이후와 유사한데 그간 반도체가 많이 올랐지만, 엔비디아의 모멘텀 전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 속도, 실적 사이클을 감안하면 연말까지는 순항할 것”이라며 “단기에는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던 화물운송, 화장품, 엔터 등 운송·소비재 섹터가 주목할 만하며 산업재 주요 업종은 과거 전력기기 업종처럼 신고가 저항을 앞두고 있고 2차전지는 2개월 반등 패턴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정부의 정책 모멘텀 삼두마차로 ▲재정 부양 총력전 ▲증시 구조개혁 릴레이 ▲MSCI 선진지수 승격 프로젝트 본격화를 제시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 상승으로 환기되는 경제주체 매크로 자신감 회복과 재정·통화 부양 총력전은 시중 유동성 증가를 경유해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참여 확대를 자극할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투자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오천피’ 체질 개선 정책 릴레이에 주목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소각 관행이 실제 시장·주주 친화적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배당 소득세와 상속·증여세의 유기적 변화가 대주주 측 배당 정책에 대한 시각 선회를 자극하는 경우 내년 코스피 P/B(주가순자산비율)는 1.3배 선에 다가서며 그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림자를 지워갈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