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현 수준 2.50%로 동결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지난 5월 인하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며 부동산과 환율 불안 속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6·27과 9·7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10·15 대책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해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43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유지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네 차례 회의 중 2월과 5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 기조를 이어갔다. 건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미국발 관세 여파로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대응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7월과 8월, 그리고 이번 10월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둘째 주(한국부동산원 기준) 2주 전보다 0.54% 오르며 오히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부가 결국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이는 10·15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해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관세정책 불확실성 장기화로 1420∼143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여전히 부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하될 경우 원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며 143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