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B공시' 광동제약에 정정 명령 규정 개정 후 첫 사례…목적· 시일 불분명 지적"재매각 예정 없다" 했지만 … 거짓 기재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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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금감원
    금융당국의 자기주식(자사주) 대상 교환사채 발행 공시 규정 강화 첫 정정 명령 부과 대상으로 광동제약이 이름을 올렸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광동제약이 지난 20일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정정명령을 내렸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제164조)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등 중요사항에 대해 거짓의 기재·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은 경우 당국이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 기재내용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4-5조에 부합하지 않아 정정명령이 부과됐다.

    금감원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교환사채 발행을 막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 결정 시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발행 이유, 타당성 검토 등 주요 정보를 상세히 기재토록 공시 작성기준을 개정하고, 이를 지난 20일부터 시행했다. 광동제약은 해당 규정 시행 이후 첫 정정 명령이 부과된 사례다.

    앞서 광동제약은 250억원 규모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대신증권에 발행한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교환 대상 자사주는 379만 3626주로 발행주식총수의 7.24%에 해당한다. 해당 교환사채는 발행일로부터 1개월 뒤(11월 28일)로부터 만기 1개월 전(2030년 9월 28일)까지 교환청구가 가능하다.

    광동제약은 발행 이유에 대해 “타 자금조달 방식 대비 발행비용과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큰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면서 “전략적으로 지분 인수를 진행했던 계열사 ‘프리시젼바이오’의 기발행 전환사채(총 사채원금 150억원)의 조기상환청구기간 도래 및 광동헬스바이오의 운영자금 부족과 시설투자 계획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기재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환사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많다”면서 “회사 측은 현재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상장 주식도 있다. 교환사채는 다른 상장 주식을 대상으로 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동제약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663억원 정도로, 이번 교환사채로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를 상회한다. 아울러 36곳의 상장·비상장사의 주식도 갖고 있다.

    이어 금감원 관계자는 “자사주를 처분해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건 처음 보는 사례”라며 “계열사 지원은 기본적으로 배임성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어 왔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광동헬스바이오의 시설투자는 2025년 말부터 예정돼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목적과 시일이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거래 상대방인 대신증권이 교환사채를 재매각할 계획임을 직접 소명 받으면서, 광동제약이 사실상 거짓 공시를 했다고 봤다. 광동제약은 당초 공시에 “재매각 예정 내용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매각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없다고 한 것은 거짓 기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사주를 처분할 시 의결권이 부활하기에 투자자에겐 중요한 정보가 되므로 ‘발행 이후 교환사채 또는 교환주식의 재매각 예정내용’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광동제약이 최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에 나선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6.59%에 그치고 있다. 2대 주주는 미국계 투자자 ‘피델리티’로 9.99% 지분을 갖고 있어 최 회장으로선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