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한섬·마뗑킴, 파리·밀라노 등 패션 본고장서 잇단 매장 오픈국내 시장 성장 둔화 … 49조6천억원 규모에도 소비 위축 이어져한류 콘텐츠 확산 속 K감성 통하며 글로벌 무대 존재감 확대
  • ▲ ⓒ젠틀몬스터 SNS
    ▲ ⓒ젠틀몬스터 SNS
    패션업계가 패션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온라인몰이나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간접 진출에서 벗어나 현지에 단독 매장을 열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한류 열풍이 식품과 뷰티를 넘어 패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브랜드들이 K감성을 앞세워 유럽 중심가에 잇따라 깃발을 꽂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젠틀몬스터의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이날(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다. 마레지구는 파리의 트렌디한 감성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루이비통·아크네·메종키츠네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다.

    젠틀몬스터는 지난해 파리 현지 법인을 세운 뒤 올해 3월 밀라노점을 열며 유럽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탈리아 매장은 현지 MZ세대의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11년 김한국 대표가 설립한 젠틀몬스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착용한 선글라스로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초기에는 중국 사업에 집중했으나 최근엔 미국·유럽 등 서구권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하고하우스의 마뗑킴도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섰다. 불가리아 편집숍 스캔들(Scandal)을 통해 가방·지갑 등 잡화 라인을 선보였고 합리적인 가격대와 감각적인 디자인이 현지 소비자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체코·발칸반도 등 인근 지역으로 유통망을 넓히며 동유럽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뗑킴은 "현지 편집숍 중심의 유통 구조를 확립해 접근성을 높이고 베스트 상품 라인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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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고하우스
    프랑스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한섬도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은 올해 8월 파리의 대표 백화점 사마리텐과 갤러리 라파예트에 각각 타임 파리와 시스템옴므 매장 오픈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라파예트에는 시스템옴므 정식 매장이 문을 연다.

    한섬은 2019년부터 7년 연속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하며 국내 브랜드 중 유일하게 꾸준히 런웨이에 서고 있다. 2014년 오픈한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파리점을 지난해 시스템 글로벌 플래그십스토어로 전환하며 글로벌 쇼룸 역할도 강화했다.

    이처럼 K패션의 유럽 공략은 국내 경기 침체와 맞물린 흐름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약 4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에 그쳤다.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으며 올해는 1% 안팎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옷 소비도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의류·신발 가계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더욱이 K콘텐츠 전반의 확산과 맞물린 흐름도 있다. 음악·드라마·뷰티에 이어 스타일이 K문화의 다음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 패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며 유럽 소비자들이 한국적 디자인과 감각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의 한류 팬은 약 1320만명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전 세계 한류 팬덤 규모가 약 1억7800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유럽은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K패션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면서도 "화장품이나 식품처럼 패션도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