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치킨집에서 소맥 마시며 친분 과시엔비디아, 31일 파트너사에 '좋은 소식' 공개골든벨 울린 젠슨 황 … 삼성·현대차 협력 재확인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을 만나 이색적인 '치맥 회동'을 가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CEO 일행은 30일 밤 인파가 가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치킨집에서 소맥을 섞어 마시며 ‘AI 동맹’을 과시했다.

    이날 오후 7시 21분께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앞에는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검은색 가죽재킷 차림의 젠슨 황 CEO와 편안한 후드티·회색 패딩을 걸친 정의선 회장이었다. 두 사람이 등장하자 인근 거리는 일제히 스마트폰이 들리는 ‘플래시 라인’으로 변했다. 잠시 뒤 흰색 긴팔 티셔츠 차림의 이재용 회장이 합류하면서 이른바 ‘3인 치맥 회동’이 완성됐다.

    황 CEO는 입장 직전 취재진과 만나 “엔비디아와 한국이 함께 발표할 내용이 많다”며 “내일 여러 파트너와 진행 중인 좋은 소식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깐부’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치킨과 맥주를 친구들과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라며 여유 있게 받았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소맥 러브샷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소맥 러브샷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세 사람은 매장 안 통유리 쪽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황 CEO는 앉자마자 준비해 온 흰색 선물 박스를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각각 건넸다. 안에는 딸 매디슨 황이 챙겨줬다는 일본산 위스키 ‘하쿠슈’와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가 들어 있었다. 박스에는 ‘JAY,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라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도 함께였다. 젠슨 황은 이 회장을 제이(JAY), 정 회장을 이에스(ES)라고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다.

    테이블에는 치즈볼, 치즈스틱, 순살·뼈치킨 등이 올랐고,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이 곧이어 따라 나왔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를 흥미롭게 바라보자 이재용 회장이 직접 소맥 비율을 설명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세 사람이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며 잔을 비웠고, 황 CEO는 “쏘 굿(So good)”을 연발했다.

    이날 자리의 주인공은 단연 황 CEO였다. 그는 테이블을 벗어나 매장 밖으로 나가 몰려든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추위를 느낀 시민들에게는 직접 들고 온 상자에서 핫팩으로 보이는 선물을 나눠줬다. 치킨을 건네며 “앉으라”고 권하는 등 글로벌 기업인답지 않은 친근함을 드러내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매장 측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인파가 몰리자 경찰과 소방 인력이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들도 화제가 됐다. 이재용 회장이 “치맥 먹는 거 한 10년 만인 것 같다”고 하자 정의선 회장은 “난 자주 먹는데”라며 응수했고, 이를 들은 시민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에게 두 회장은 사인을 남겼는데, 이 회장은 ‘효자되세요’라는 문구를 덧붙였고 정 회장은 이름만 담담하게 적었다. 정 회장이 “소맥 한 잔하자”고 제의하자 황 CEO는 옆자리 시민들과 동시에 잔을 들고 ‘치얼스’를 외치며 원샷했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전할 선물에 사인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전할 선물에 사인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계산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현장에서 풀렸다. 이재용 회장이 “오늘은 내가 다 살게요”라고 말하자 주변에서는 ‘젠슨 황’을 연호했고, 황 CEO는 “이 친구들 돈 많다”고 농담했다. 정 회장은 “2차는 제가”라고 덧붙였다. 결국 황 CEO가 “오늘 모두 공짜”라며 매장 ‘골든벨’을 울리면서 이 치킨집의 1시간 남짓한 ‘AI 깐부’ 자리는 사실상 팬미팅으로 마무리됐다.

    이 회장은 자리를 뜨며 “오늘 좋은 날 아니냐. 관세도 타결됐고,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아니더라. 좋은 사람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고 했다. 방한 기간 중 진행된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맞물려, 이번 비공식 회동이 단순한 ‘치맥’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은 겉으로는 한국식 치킨·맥주 문화 체험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론 AI·자동차·반도체로 이어지는 차세대 산업 생태계에서 엔비디아와 한국 대기업이 ‘친구 같은 동맹’으로 묶이려는 의지가 상징적으로 표현된 자리였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을 통해 AI 전환의 ‘목줄’을 쥐고 있고,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파운드리로, 현대차는 자율주행·모빌리티 AI로 이 생태계에 각각 맞물린다. 황 CEO가 “이번 주에 공유할 좋은 뉴스가 많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에 알려진 ‘깐부’는 경쟁 속에서도 끝까지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를 뜻한다. 황 CEO가 굳이 ‘깐부치킨’을 선택해 두 한국 총수와 술잔을 맞댄 건, 단순한 우정 과시라기보다 앞으로의 AI 장기 동행을 한국식 코드로 번역해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세 사람은 치맥 회동 직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황 CEO의 등장은 예정돼 있었지만 이재용·정의선 두 사람의 등장은 사전 공지가 없던 ‘깜짝’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감사한데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관객과 농담을 주고받았고, 정 회장은 “아들이 롤을 좋아해 옆에서 같이했다”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전형적인 기업 설명회나 투자자 미팅이 아닌, 대중이 있는 공개 행사에서 세 사람이 한 화면에 선 만큼, 이날 깐부치킨에서의 술잔은 이후 이어질 AI 협력 발표의 ‘프롤로그’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삼성동에서 연출된 장면은 ‘AI 패권 기업’과 ‘한국 제조업의 쌍두마차’가 서로를 공개적으로 선택했다는 정치·경제적 신호로 해석된다. 술잔은 소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건 GPU 공급망, HBM 협력, 자율주행·로봇·데이터센터로 이어질 차세대 산업 협력의 약속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