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출규제에 전월세 '역전'전월세거래량 전월比 7.9%↑월세비중 1년만에 19% 급증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월세 거래 중 65%가 월세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3만745건으로 전월 대비 7.9%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비중은 65.3%였다. 

    지난해 9월 대비 전세는 1.9% 줄어든 반면 월세는 38.8% 늘었다. 올해 1~9월 누계 기준 월세비중은 62.6%로 2021년 같은기간 43%에서 2022년 51.8%, 2023년 55.1%, 2024년 57.4%로 매해 상승하는 추세다.

    서울의 경우 구로, 중랑 등 외곽에서부터 서초, 강동 등 지역까지 이달 들어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구로구의 이달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310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세 256건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만 해도 전세가 426건으로 월세 362건보다 많았다. 한달새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중랑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엔 전세 거래량은 412건이었고 월세는 203건으로 두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월세계약이 252건으로 전세 145건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달 임대료가 높은 고가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서초구에선 이달 전·월세 거래량이 역전됐다. 신축 대단지인 ‘메이플자이’(3307가구)의 물건을 살펴봐도 월세가 530건으로 전세 429건보다 많다. 이외 금천(월세 75건·전세 58건), 강동(월세 457건·전세 411건)에서도 월세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 마포, 용산, 은평, 강북 등 지역에선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6·27규제와 9·7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규제에 나선 이후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 계약이 빠르게 확산한 바 있다. 여기에 10·15대책에 포함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임대목적의 매입까지 막히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추진도 월세 전환을 부추길 수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갱신시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실거주 또는 월세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6·27대책 이후인 올해 7~9월 서울 전세계약 3만2838건 중 44%가 갱신계약으로 전년 30%보다 14%포인트(p) 늘었다.

    세입자로선 월세화 현상이 전혀 반갑지 않다. 주거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기준 144만원으로 월별 통계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134만원보다 10만원가량 뛰며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별 단지별로 살펴봐도 9·7대책 발표 이후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고가 월세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이달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강북구 래미안트리베라 84㎡도 같은달 보증금 2억원, 월세 15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부동산대책에 따라 1주택자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임대 목적의 매입까지 막히면서 전세물건이 줄고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매수요 억제로 임대차시장에 내 집 마련 실수요가 머물거나 기준금리 인하, 입주 감소,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가격 상승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가격 상승 땔감 역할을 하던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 악용 이슈는 줄겠지만 보증부 월세 등 월세화에 따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로 임대 목적 매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민간임대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거래는 막고 실거주는 강제하며 임대는 제한하는 '3중 구조'가 거래 위축과 임대공급 감소,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