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한 번도 안 열고 '분리청구' 강행 논란의료계 "20년 안정된 제도 뒤흔드는 행정 폭주…개악 중단"연구결과 왜곡·비공개 지적…"자율 계약·채혈관리료 등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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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 추진을 둘러싼 개원가 반발이 거세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잇따라 정부의 분리청구·지급체계 개편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단과 협의체 재가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는 검체검사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병의원)과 수탁기관(검사센터)이 검사 비용을 각각 청구하는 '분리 청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대한내과의사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시장 질서 하에 안정적으로 기능해 온 현행 제도를 아무런 합리적 근거는 물론 의료계와의 소통도 없이 뒤흔드는 것은 의료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개악 시도"라며 "지난해 9월 구성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단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은 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내과의사회는 특히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위탁검사비용 분리청구(EDI) 방안은 의료 현장의 실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극치"라며 "환자들이 진료비와 검사비를 이중으로 수납하게 되고, 민감한 질병 정보가 수탁기관으로 직접 전송돼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또한 "복지부가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결론과 배치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연구는 위탁·수탁기관 간 자율 계약과 상호 정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복지부는 검사료 전액을 수탁기관에 지급하고 위탁기관에는 10%만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내과의사회는 "정부가 끝내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와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개악을 강행한다면, 이로 인한 모든 혼란과 필수의료 붕괴, 그리고 국민 건강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복지부에 있다"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개선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검사 질 관리 강화라는 명분 아래 의료 현실을 외면한 채 위·수탁 정산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며 "특히 위탁기관에 검사료의 10%만 지급하는 정부안은 절차적 투명성과 비례 원칙을 훼손한 조치"라고 비판했다.소청과의사회는 "검체검사는 감염병 대응, 만성질환 관리, 암 검진 등 국민 건강의 필수 인프라로, 일차의료기관이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필수의료 현장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어 "검사 질 관리는 행정 통제가 아닌 자율과 품질 중심의 관리체계로 강화돼야 하며, 복지부는 즉각 위·수탁 분리청구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역시 복지부의 추진 방식을 강하게 질타했다.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는 협의체를 가동하지 않은 채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내에서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증관리위원회는 수탁기관의 인증과 질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일 뿐,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정산 구조나 제도 방향을 논의할 공식 협의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또 "대부분의 위탁검사 의뢰기관은 만성질환 관리와 국가건강검진 등 국민건강의 최전선에 있는 일차의료기관으로 무리한 제도 변경은 진료 기반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필수의료 접근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아울러 △환자 이중 결제 및 불편 가중 △개인정보 노출 위험 △비급여 검사 정산 혼선 △의료행위 주체 책임 불명확 △청구 시스템 혼란 등 부작용을 경고하며 "채혈관리료 신설 등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의료계는 한목소리로 검체검사 제도개편의 즉각 중단과 협의체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으며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일차의료 붕괴와 환자 불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