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심 정산 구조에 80% 할인 경쟁 고착 … '저가 출혈 경쟁' 건정심 논의 지연 … 수가 개편과 묶이면 7월 아닌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구조 개편 먼저" 요구 확산 … 분리청구, 왜곡 시장 정상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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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체검사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수가 인하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달리 진단 체계와 산업 기반,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가 재배치 구조 논쟁'과 '시장 정상화 필요성'을 두 차례에 걸쳐 짚는다. [편집자주]

    검체검사 시장은 이미 정상적인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로 굳어졌다. 병원이 검사비를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정산하는 현 구조에서는 병원이 가격 결정의 중심에 서게 되고 검사기관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탁기관은 위탁기관의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정산 과정에서 받아야 할 몫을 과도하게 낮추는 방식으로 계약을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숙련 인력 확보와 장비 투자, 품질 관리 여력이 약화되면서 검사 품질과 투명성 저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도 구조 개선 필요성을 인식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내고 제도 정비에 나섰으며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위수탁검사관리표 폐지와 분리청구 도입을 추진한다고 경정했다. 시행일은 오는 7월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정책 변화가 예상되면서 경쟁은 오히려 더 과열됐다. 위탁기관은 향후 수익 감소에 대비해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했고 수탁기관은 계약을 선점하기 위해 이를 수용하면서 할인 폭이 확대되는 구조가 반복됐다.

    80% 할인 등 왜곡된 거래는 시장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업계의 진단이다.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라 버티기 경쟁, 사실상 치킨게임에 접어든 것이다. 일례로 국립대병원인 경북대병원은 83%의 할인율을 적용됐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신명근 이사장은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점유율 확보를 위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변수는 더 커졌다. 수가 인하 논의가 맞물리면서 구조 개편 논의 자체가 지연되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 건정심 밀리면 버티기 어려워 … 분리청구 우선 시행

    당초 일정대로라면 최소 이달 26일 건정심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돼야 했지만 실제 상정되지 않으면서 일정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논의가 4~5월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분리청구 도입이 수가 인하를 위한 상대가치 개편과 함께 묶일 경우다. 이 경우 제도 시행 시점이 내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체기관 관계자는 "구조 개편과 수가 조정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정책 시행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이미 왜곡된 시장 구조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업 전반의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가 인하와 분리해 '분리청구'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거래 구조 정상화가 선행돼야 이후 수가 논의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할인 중심 구조에서는 어떤 수가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이 아닌 할인율로 경쟁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책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시장 구조를 바로잡아 산업 붕괴를 막는 것"이라며 "위탁관리료 폐지와 분리청구를 통해 최소한 정상적인 가격 체계를 회복해야 이후 정책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구조에서 만약 팬데믹이 다시 발생한다면 과거와 같이 대응할 능력이 있을지 미지수"라며 "산업적 측면이 아닌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도 왜곡된 생태계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