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상 190%' 근거 흔들… 표본 0.24%·빅5 빠진 원가분석 반쪽짜리 논란검사 수가 깎아 진찰료 보전…"필수의료 인프라 타깃인가"수가 인하→검사량 증폭→추가 삭감 악순환…진단 생태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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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생성이미지
    검체검사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수가 인하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달리 진단 체계와 산업 기반,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가 재배치 구조 논쟁'과 '시장 정상화 필요성'을 두 차례에 걸쳐 짚는다. [편집자주]

    검체검사는 혈액·소변 등 인체에서 채취한 검체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필수의료의 핵심 인프라다. 다만 상당수 의료기관은 검사 인프라가 부족해 외부 전문기관에 검사를 맡기는 위탁 구조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검사비를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정산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가격 결정 구조가 병원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로 인해 위탁 시장에서는 '할인율 경쟁'이 고착돼 왔다. 수탁기관이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비를 낮춰 제시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인력·장비·품질 투자 여력까지 약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구조 왜곡을 해소할 필요성을 인식해 위수탁 거래 구조 개편을 준비했다. 

    국내 검체검사 시장은 연간 약 8조40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외부 검사기관에 의뢰하는 위탁검사는 약 27% 수준인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상당한 규모의 공적 재원이 위탁 구조를 통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개편 방식이다. 최근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겠다는 구조 개선 정책과 수가 인하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논쟁의 초점이 이동했다. 당초 '시장 정상화'로 출발한 정책이 '재정 조정' 수단으로 확장되며 검체검사 영역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배경에는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4차 상대가치 개편이 있다. 상대가치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 총량을 유지한 채 항목 간 보상을 조정하는 구조다. 검사 수가가 낮아지면 의료기관의 관련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진찰료 인상 등으로 보전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그러나 진찰료는 전체 규모가 큰 항목인 반면 검체검사는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어 결국 검체 수가를 큰 폭으로 낮춰야 미미한 진찰료 인상 효과를 만드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체검사 생태계를 흔들면서까지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명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통계적 대표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수가 조정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를 줄이고 진찰로 수익을 보전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며 "진단검사를 재정 조정 수단으로 보는 접근은 의료 체계의 기본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상대가치 개편 과정에서도 과잉 검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복적으로 조정 대상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왔다는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상대가치 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검사 영역이 재정 조정 수단처럼 활용돼 왔다"며 "이 같은 구조가 누적되면서 현재의 왜곡까지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과보상 근거 두고 논란 … 산업 붕괴의 징조 

    정부가 제시한 원가보상률 수치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190%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된 보상률이 실제 진료 환경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의원 간 구조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검사를 직접 수행하는 대형 병원과 외부에 의존하는 의원을 동일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위탁·수탁 구조에서 발생하는 회계적 착시까지 반영되면서 실제보다 과보상처럼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전체의 0.24%에 불과한 제한적 표본과 빅5 병원이 제외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판단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근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수가 인하가 오히려 검사량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수가가 낮아질수록 의료기관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검사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검사량 증가 → 보상률 상승 → 추가 인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정책 효과가 왜곡되는 '자가증폭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검체검사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자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수가 인하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며 "구조 개선이 재정 조정으로 변질될 경우 진단 체계와 산업 기반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