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2년 의무 없어…현금부자 '갭투자' 수단낙찰가율 상위 10건 중 6건 규제지역 발효 이후"현금 자산자 투자수요 진입…한동안 강세 예상"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정부의 '10·15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수도권 주요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경매시장에 현금부자가 몰리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은 실거주의무가 없는 데다 자금출처 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정부 부동산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수요와 '똘똘한 한채' 심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2.3%로 2022년 6월 110.0%이후 3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는 '부동산 거래 신고등에 관한 법률'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에서 제외돼 실거주 2년 의무에서 자유롭다. 주택담보대출 격인 경락잔금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6개월 내 실거주 의무도 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현금부자' 경우 전세를 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한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경매 감정가는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집값 급등기에는 경매물건이 실거래가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실제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상위 10개 경매건 중 6건이 토허구역 규제가 발표된 전달 20일 이후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거여동 포레나송파 전용면적 67㎡는 감정가 11억7000만원 121.3%인 14억1888만원에 지난달 20일 낙찰됐다. 경매에는 무려 59명이 응찰했다.

    해당 매물은 지난해 7월 경매로 11억5000만원에 낙찰된 뒤 올해 7월 7억2000만원에 직거래됐다. 9월 한차례 경매가 유찰되면서 최저가인 9억3600만원까지 하락하면서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25억원 이상 필요한 고가 아파트 경매도 두자릿수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전용 84㎡ 입찰에는 20명이 참여해 30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25억5000만원을 크게 웃돌며 낙찰가율은 119%를 나타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규제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축소해 25억원 초과 아파트에는 대출한도 2억원을 적용했다. 28억원가량을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이 대거 경매에 참여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경기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등 관내 12곳이 3중 규제로 묶인 경기도의 경매지표도 우상향했다. 10월 낙찰률은 43.6%로 전월 38.5% 대비 5.1%p 올랐고 낙찰가율도 0.4%p 오른 87.3%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매매시장에서처럼 경매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입지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는 경매 물건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기존 주택시장 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도 "10·15대책 전후 낙찰가율 자체가 큰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여전히 주요 지역 위주의 강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경매시장은 현금자산가의 투자수요가 진입하고 매매시장 호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아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