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권 교체 때마다 ‘청년적금’ 리브랜딩실질 성과는 미미 … 예산만 수천억씩 증발“빚투는 장려, 저축은 독려” … 정책 일관성 실종청년정책 아닌 ‘정권정책’ … 당국 홍보용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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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청년 자산형성 정책이 정권마다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이 내년 6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모두 금융위원회 주도로 설계된 '복제형 정책'으로, 실질 효과는 미미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금융위에 따르면 정권마다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정책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면, 금융위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을 총괄하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문재인 정부 시절 2년 만기, 월 50만원 한도의 단기형 적금 '청년희망적금'을 선보였다. 납입액의 일정 비율(1년차 2%, 2년차 4%)을 정부가 장려금으로 얹어주고 이자 비과세 혜택을 제공했다. 당시 정부는 3602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며 청년들의 첫 금융상품으로 호응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단기 이자형 상품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1년 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위는 만기를 5년으로 늘리고 납입 한도를 70만원으로 상향한 '청년도약계좌'를 출범시켰다. 소득 수준에 따라 월 2만 4000원~6만원의 정부 기여금을 지급했지만, 장기 납입 구조와 높은 월 부담액이 장벽으로 작용했다. 특히 목표 가입자 306만명 가운데 실제 가입자는 20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예산 편성은 3590억원 이상였으나 집행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2843억원에 그쳤다. 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에서 올해 7월 기준 15.9%(35만 8000명)로 급등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위는 '부분 인출 서비스'와 '3년 유지 시 비과세·기여금 일부(60%) 유지' 등의 보완책을 내놨지만, 체감 개선은 미미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역시 3195억원이 집행되지 못하고 이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결산보고서에서 "가입 실적 부진에도 출연금을 전액 교부해 유보금만 늘렸다"며 한정된 재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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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금융위는 또다시 비슷한 형태의 '청년미래적금'을 들고 나왔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납입 기간은 3년, 월 최대 납입한도는 50만원 하향, 기여율은 6~12%로 상향됐다. 해당 적금에 대한 내년 예산은 7446억원이 배정됐으며, 이 중 대부분이 기여금 지급 항목이다. 또한 483만명 가입자를 목표로 세웠지만, 과거 두 상품의 실적을 감안하면 '희망적 가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새 상품이 다소 높은 혜택을 주더라도 구조가 달라 전환 가입률은 낮을 것"이라며 "유사 상품의 반복 출시는 정책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말 청년도약계좌 종료 후 내년 6월 청년미래적금 출시까지 약 6개월간 정책 공백이 발생한다. 청년층이 정부 지원 상품에 새로 가입할 수 없는 '텅 빈 반년'이 생기는 셈이다.

    금융위의 메시지 혼선도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며 리스크 감내가 가능하다면 효율적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하루 뒤 코스피가 장중 6% 가까이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당국이 빚투를 장려하면서 동시에 적금 장려 정책을 내놓은 것은 모순된 신호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청년금융 3부작은 복제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단절되고 이름만 새로 붙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정권 홍보성 프로젝트에 가깝다는 것. 단기 저축 중심의 지원을 넘어 근로소득 확대·금융교육 강화 등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청년미래적금은 결국 또 하나의 혈세성 단기상품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이름만 바꾸는 정책보다 실질적인 자산 축적과 금융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