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쏠림·취약차주 고금리 구조 정면 비판정책금융·은행 공적 역할 강화 주문
  •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금융시장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내년을 금융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금리 대출 관행을 “금융계급제”로 규정한 강한 표현이 주목되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담보대출과 고위험 차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 구조를 지적하며,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감당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은 “제도권 금융이 금융배제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고, 정책금융도 시장의 왜곡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개혁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부동산 위주의 레버리지 확대, 고금리 대출 관행, 정책금융 기능 약화 등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자금을 미래 성장 산업과 실물경제 쪽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과제별 세부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다만 이날 논의는 방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진다. 기준금리 체계 조정, 대출금리 산정 방식 개선, 이자 부담 완화 정책, 조세·규제 개편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핵심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실질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이 정책 전환의 신호인지 선언적 메시지인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금융계급제’라는 표현은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다. 문제의식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 공적 개입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지, 그 비용을 누구에게 분담시킬지 등에 대한 정교한 설계 없이는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

    정책금융 확대 역시 재정 여력과 금융안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서민·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여러 채널로 이미 운영 중이지만, 이를 대폭 확대하려면 재원 조달 방식과 지원 기준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시장 왜곡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은행권에는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취약계층 고금리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만큼 가계·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금융,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전반에서 고금리 구조 개선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발언은 선언적 메시지에서 정책 프레임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금융시장 구조개편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