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자체 변이 발생, 백신과 미스매치글로벌 대유행 앞당기고 '돌파 감염' 가능성도"백신 효과 유효 … 복합화-장기화 가능성은 작아"
  • ▲ 독감 예방접종. 231026 ⓒ연합뉴스
    ▲ 독감 예방접종. 231026 ⓒ연합뉴스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유행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직 감염되지 않은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이른 유행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변이가 발생하면서 준비했던 백신과의 미스매치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인 것은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의 효과가 유효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유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6주 차(11월9~15일) 기준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66.3명으로, 전주 50.7명보다 30.7% 증가했다. 입원환자 감시에서도 주간 신규 입원환자는 490명으로, 전주 334명에서 크게 늘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 이상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유행을 주도하는 7~12세 환자 수는 170.4명으로, 직전 절기 정점인 161.6명을 넘어섰다. 13~18세는 112.6명,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의사환자 분율은 10.8명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이번 25~26절기 독감 유행은 예년에 비해 이른 시기부터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절기 유행주의보는 작년보다 약 두 달 빠른 지난달 17일 유행 기준 9.1명을 넘으며 발령됐다.

    이후 환자 발생 규모가 △42주 차 7.9명 △43주 차 13.6명 △44주 차 22.8명 △45주 차 50.7명 등으로 계속 커지면서 대유행 우려를 사고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이른 까닭은 바이러스 자체에 변이가 생기면서 접종하는 백신과 미스매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H3N2)이다. 이 중에서도 일부 변이 바이러스인 K 세부계통(subclade K)이 증가하고 있다.

    김은진 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과장은 "현재 국내에 K 세부계통의 점유율 현황이 97.2%이고, 세계적으로는 72% 정도"라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해당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은 5월 말 갑자기 등장한 K 변이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로 확산하면서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B형으로 나뉘고 그 아래 수많은 하위 변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 다음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하고, 각국은 거기에 맞춰 백신을 만들고 접종한다. 올겨울 백신은 A형 독감 일종인 H1N1, H3N2 J 변이와 B형 독감(빅토리아) 등 세 가지 바이러스가 표적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 변이에 대해 "바이러스의 세부계통에서 약간 변이가 생긴 것"이라며 "올해 유행이 빠르고, 커진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물백신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정재훈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스매치가 있다 보니 감염 예방효과가 떨어지고, 그로 인한 돌파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51119 ⓒ뉴시스
    ▲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51119 ⓒ뉴시스
    그러나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예방 접종시 충분한 중증 예방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진 과장은 "실험실적으로 (국가 백신의)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치료하는 능력)을 분석해 보면 A형 독감 중 H1N1 바이러스나 B형 바이러스에 대해서 높은 중화능을 확인했으며 A형 중 H3N2에 대해서는 H1N1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기준치 이상의 중화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화능과 관련한 예방효과 외에도 임상적으로 중증화 및 입원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중간 정도 이상의 예방효과가 확인된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 백신의 효과는 유효하고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독감 장기화'나 '트리플 팬데믹' 등 대유행 가능성에 대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감염병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로나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과 겹치면서 트리플 팬데믹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며 "그러나 대체로 계절 독감에 불과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도 "이번 유행의 경우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앞당겨진 것일 뿐이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감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프면 쉬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효과적인 것은 백신이 유일하다. 특히나 고위험군은 미리 접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병청 역시 어린이, 임신부, 어르신 등의 적극적인 독감 예방접종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 등에게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청은 9월22일부터 6개월~13세(2012년 1월1일~2025년 8월31일 출생자)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으로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