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만 13조 '패닉 셀링' … 2020년 3월 팬데믹 공포 넘어'킹달러' 환율 쇼크에 AI거품론 겹쳐...차익실현 매물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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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말 그대로 '투매'하고 있다. 11월 들어서만 13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 시장을 이탈했다. 이는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매도 규모를 뛰어넘는 수치다.26일 한국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11월 3일~25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총 13조963억 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팬데믹보다 더한 '셀 코리아(Sell Korea)'이번 매도세의 강도는 과거 굵직한 위기 상황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코스피가 속절없이 무너지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약 12조5550억 원이었다. 이번 11월 매도세는 당시보다 약 5000억 원 이상 더 많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으로 시장이 출렁였던 올해 4월(약 9조3550억 원 순매도)과 비교해도 40% 가까이 매도 규모가 크다.증권가에서는 이번 매도세를 일시적 조정이 아닌, 한국 시장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저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는 불확실성에 의한 투매였다면, 지금은 '탈출'에 가까운 구조적 매도세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고환율과 AI 거품론 … '이중고' 덮친 韓 증시전문가들은 역대급 매도세의 원인으로 ▲고착화된 고환율 환경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균열 우려를 꼽는다.우선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외국인 수급의 발목을 잡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까지 더해지며 투자 매력도가 급감했다.◇ "엔비디아 천하 끝?" … 구글 TPU의 역습, 하이닉스 휘청더 뼈아픈 것은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벨트'의 흔들림이다. 최근 AI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반도체 주 매도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더구나 최근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인 'TPU(텐서처리장치)'의 성능과 효율성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그동안 '엔비디아-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동맹은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구글뿐만 아니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TPU 등)에 속도를 내면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이는 곧바로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온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 비중까지 줄이며 반도체 섹터 전반에 대한 비중 축소에 나선 모양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환율 문제로 인한 거시경제적 부담에 코스피 단기 급동과 AI 반도체 칩 전쟁이라는 산업적 리스크가 동시에 터졌다"며 "엔비디아의 성장 둔화 우려가 해소되거나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