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르디핀·답토마이신·옥트레오티드 등 내년 공급중단일부 성분은 내수 3~4개 품목만 유지 … 중증·희귀질환 치료 공백 우려생산실적 1~3억 원대·RMP 강화·제조원 차질 등 복합 작용6년간 공급중단 147건 … 채산성 문제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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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필수약 공급망은 흔들릴 때마다 위기 징후가 드러났지만 그때마다 '일시적 품절'로 봉합되며 근본 진단은 뒤로 밀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채산성 악화, 위해성관리계획(RMP) 강화, 제조 기반 노후화, 원료 조달 불안이 한꺼번에 겹치며 민간 중심의 공급 구조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현장은 이미 수술실·중환자실·희귀질환 치료 영역에서 대체약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뉴데일리와 메디팜스투데이는 이를 국가 보건안보 체계의 균열로 보고 '왜 지금 필수약이 무너지고 있는가', '공공과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책임을 나눠야 하는가'를 구조적으로 점검했다. 또 공급망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적·산업적 해법을 연속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채산성 악화에 따른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데다 위해성관리계획(RMP) 이행과 재평가 등 사후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제약사들이 자진취하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체약이 부족한 필수약 공급을 민간 시장에만 맡겨온 구조가 본격적인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정 기준을 10% 상향하고 원가 보전 기준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국가필수의약품의 약가 우대 적용 범위 확대와 기간 보장도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다.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대 조건은 있지만 약가인하로 귀결된 약가제도 개편 속에서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으면 또 다른 선언적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제도를 손보는 수준으로는 기업의 생산 유인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채산성·규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필수약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개별 품목의 철수를 넘어 필수약 공급 체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수요는 적지만 임상적 중요성이 높은 주사제·항생제·내분비 치료제 등이 집중적으로 흔들리면서, 공급중단 발생 시 진료 공백이 즉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필수약 공급 차질은 환자와 의료진의 직접적인 불편으로 이어진다. 의료현장에서는 특정 성분이 일시적으로라도 끊기면 대체약 검색, 처방 변경, 약동학 차이에 따른 모니터링 증가, 투여 방식 전환 등 진료 과정 전반에 혼선이 발생한다. 특히 중환자·희귀질환 환자는 적합한 대체제가 부족해 치료가 지연되거나 최적의 치료 옵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반복되고 있다.제약업계는 "가격 인상이나 생산 인프라 개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공급 안정성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니카르디핀, 내년 공급중단 … 내수 품목 3개만 유지휴온스는 내년 3월 31일부로 '휴온스니카르디핀주' 공급을 중단한다. 해당 품목은 2026년 동등성 재평가 대상이나 재평가 신청을 하지 않아 허가 취하 절차가 진행된다.니카르디핀은 칼슘통로차단제(CCB) 주사제로, 전신마취 유도·각성 시 급격히 상승한 혈압 조절, 뇌혈관질환 환자의 혈압 관리, 응급성 고혈압 위기에서의 즉각적인 혈압 하강 등 급성기 진료에서 사용된다. 작용 발현이 빠르고 조절이 용이해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필수 약제다.허가 품목 8개 중 유효기간 만료·수출용을 제외하면 실제 공급 가능한 제품은 동아에스티, 비씨월드제약, 일동제약 등 3개만 남는다.휴온스니카르디핀주의 생산실적은 2020년 3억1600만원 → 2021년 2억2300만원 → 2022년 1억9700만원 → 2023년 1억80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도 2억3400만원 수준이었다.◆답토마이신, MRSA·VRE 치료 핵심 항생제… 공급중단 4회 보고영진약품은 내년 5월 31일과 8월 31일자로 '답토주' 350mg·500mg 공급 중단을 보고했다. 판매 부진과 RMP 조사대상자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입사 계약을 종료하고 허가 취하를 진행할 계획이다.답토마이신은 리포펩타이드 계열 항생제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VRE) 감염 치료에 사용된다. 패혈증·심내막염 등 중증 감염에서 대체약이 제한적이어서 공급중단 시 위험도가 가장 높은 품목 중 하나다.펜믹스 또한 올해 RMP 미이행을 이유로 공급중단을 보고했으며, 이후 해외 제조원 상황에 따라 공급부족 가능성을 추가로 알렸다.답토마이신 제제는 총 5개사 10개 품목이 허가돼 있으나 건일바이오팜 제품 2개는 이미 자진취하됐고, 영진·펜믹스까지 철수하면 일성아이에스 '큐빅신주', 건일제약 '펜토신주' 정도만 남게 된다.특히 일성아이에스 제품은 스페인·이탈리아 제조원에 의존해 공급 차질 위험이 높다. 영진약품 제품의 2023년 생산실적은 약 2억원 수준이었다.◆ 옥트레오티드, 내분비·저혈당 치료 필수 … 국내 제조 기반 축소한국비엠아이는 위탁생산 공정 중단으로 내년 4월 17일 '옥트스타틴주' 공급을 중단한다.옥트레오티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로, 말단비대증, 카르시노이드·VIPoma 등 내분비성 종양 증상 조절, 췌장 수술 후 합병증 예방, 인슐린종 환자의 지속적 저혈당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국내 허가 품목은 3개사 10개지만 동국제약 제품은 모두 수출용이다. 한국비엠아이의 공급 중단으로 내수용은 노바티스 4개 품목만 남게 되고 국내 제조 기반은 사실상 단일 체제로 축소된다. 한국비엠아이 제품의 생산실적은 2020년 2억5200만원에서 2023년 1억4200만원까지 감소했고, 올해 2억1700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낮은 수익성·RMP 강화·제조원 차질 … 구조적 취약성 누적식약처는 2020년 재심사 제도를 위해성관리계획(RMP) 체계로 일원화하고, RMP 제출 절차 개선, PSUR(정기 안전성 정보보고) 강화, 중점 검토항목 분석 강화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시장성이 낮은 필수약까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실제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보고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중단은 147건으로, 채산성 악화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제조원 문제 25건, 판매부진 22건, 원료수급 문제 14건이 뒤를 이었다.올해는 8월까지 31건이 보고돼 2020년(21건), 2021년(15건)보다 증가했다. 현재 국가필수의약품은 473개 품목이다.전문가들은 니카르디핀·답토마이신·옥트레오티드처럼 대체약이 적고 임상적 필수성이 높은 품목 위주로 공급중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정공급협약(Volume Guarantee), 원료 다변화 인센티브, 필수약 전용 RMP 지원, 공공 생산 기반 확보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중환자·희귀·내분비 질환 등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영역에서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민간 중심 공급체계를 보완할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