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연속 동결·'인하 기조' 지우고 '가능성'만 남겨국채·은행채 금리 레벨업에 주담대 상단 연 6%대 재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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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가계의 이자 부담은 되레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선 이번 결정이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의 끝을 알린 신호”라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고, 이 인식 변화가 국채·은행채 금리, 나아가 은행 대출금리에까지 연쇄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속도 조절 단계, 즉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인하 가능성 자체가 닫힌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 흐름이 계속 연장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료 국면’이라는 해석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준금리는 2.50%인데 … 주담대는 다시 연 6%대 상단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구간 포함) 주담대 금리는 최근 대체로 연 3.7~6.0% 수준에 형성돼 있다. 지난 10월 직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만 해도 같은 상품 금리는 연 3.3~5.6% 안팎이었다. 한 달 새 상·하단이 약 0.4%포인트씩 올라 상단이 다시 연 6%를 넘어선 것이다.

    개별 은행을 보면 국민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전만 해도 연 3%대 후반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연 4.15~5.55%까지 올라 약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구간 금리가 연 4%대를 다시 기록한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하나은행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도 연 4%를 돌파해 2023년 11월 이후 2년 만에 4%대로 재진입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올해 초보다 주담대 금리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주기형(고정 구간 포함) 주담대 최저금리는 두 달 새 0.6%포인트 이상 오르며 연 4%를 웃돌고 있다.

    결국 2023년 말 기준금리가 연 3.50%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1.0%포인트 낮아졌지만,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주담대 금리는 그때와 비슷하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더 높은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정책금리와 체감금리의 괴리’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금리·국채·은행채 ‘레벨업’ … 주담대 원가부터 다시 올라

    기준금리가 고정된 상황에서 주담대 금리가 오른 직접적인 배경은 시장금리 반등이다. 혼합형 주담대 고정 구간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8월 말 연 2%대 후반에서 11월 말 3%를 훌쩍 넘어 약 0.5%포인트 이상 뛰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연 2.8%대에서 3.0%를 넘기며 1년 4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진입했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도 9월 반등한 뒤 10월까지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동시에 높아진 셈이다.

    정책 변수도 채권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728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과 1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적자국채 발행 계획이 알려지면서 국채 수급 부담이 커졌고, 이는 국채 금리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증시 강세로 예금이 이탈하자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린 점도 채권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채권금리 상승은 통화정책 신호 변화, 국채와 은행채 수급, 환율과 물가 리스크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비중으로 따지면 통화정책 40%, 수급 요인 30%, 환율·물가 요인 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화정책 변화가 단기 금리 급등을 자극했다면, 국채·은행채 수급과 환율·물가 리스크는 중기적인 금리 상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11월 금통위의 이른바 ‘매파적 동결’이 시장 심리를 되돌려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은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중·장기 금리를 눌러왔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인하가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권금리 레벨 자체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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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2021년 ‘영끌’ 차주들 … 고정구간 끝나면 월 상환액 60만원↑

    이 같은 금리 구조 변화는 곧바로 가계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3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60%가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2020~2021년 초저금리기에 연 2%대 후반~3% 안팎 금리로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이른바 ‘영끌’·‘빚투’ 차주들의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혼합형 주담대는 통상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데, 당시 취급된 대출 상당수가 2025~2026년 사이 고정 구간 만기를 맞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5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연 2.9% 수준에 빌렸을 때 월 상환액이 200만원대 초반이라면, 금리가 5% 안팎으로 오를 경우 월 상환액은 60만원 이상 늘어 270만원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해 보기도 전에 시장금리와 주담대 금리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셈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단기간 내 크게 내려가기는 어려운 만큼 이미 대출을 보유한 가계는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현금흐름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혼합형 고정 구간 만기를 앞둔 차주들은 금리 전환 시점과 상환 계획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부동산 대책 여파로 일부 지역·상품의 대환대출이 제한되면서,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통로도 좁아진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거세 은행이 가산금리를 크게 올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시장금리 상승분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어 상당 부분은 차주 부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결 오래 갈수록 내수에 부담 … 주담대 고금리 국면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 결정을 두고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중립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환율, 물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한동안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경을 감안하면 주담대 상단이 연 6% 안팎에서 쉽게 내려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 규제와 가계대출 관리가 안착해 은행채 발행 압력이 완화되면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0~50bp 정도 하락하고, 이 경우 주담대 상단도 연 5% 중후반대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이 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신규 대출을 고민하는 실수요자에 대해 그는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며 “이미 대출 규모가 큰 가계는 고금리·비담보성 대출 상환을 우선하고, 여유 자금이 있다면 고금리 예·적금, 중단기 채권·채권형 상품 등으로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