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IDT 인수 1년 만에 연결 실적, 외형 성장-적자폭 감소 … 효과 톡톡별도 실적은 부진 여전 … 백신 구조적 한계에 체질 전환 '당면과제' 부상백신 개발-인프라 고도화 등 투자 지속 … 적자 기조에도 '정면돌파' 방침
  •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240627 ⓒ뉴시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240627 ⓒ뉴시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백신·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 인수 1년 만에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IDT가 흑자전환하면서 실적 중심축으로 부상했지만, 본사 백신부문의 부진은 지속하고 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 탈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안재용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 만료는 다가오고 있다. 그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신인 SK케미칼 VAX사업부문장부터 9년 넘게 SK바이오사이언스를 이끌고 있으며 2027년 3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연임을 위해서는 본업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07억원, 영업손실 -193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44배 증가했지만, 본사 적자가 지속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년동기 396억원이었던 손실은 그 폭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R&D와 설비투자 확대 부담이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연간 실적 흐름을 보면 코로나19 백신 특수 이후 내리막이 뚜렷했다. 2022년 매출 4567억원·영업이익 1150억원에서 △2023년 매출 3695억원·영업손실 119억원 △2024년 매출 2675억원·영업손실 1384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전환점은 지난해 10월부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시 약 3300억원을 투입해 IDT의 지분 60%를 인수한 뒤 자회사로 편입했다. IDT는 백신 CDMO 글로벌 10위 수준의 기업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비롯해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인수 후 경영효율화를 단행했고, 필요한 기술을 투입하는 등 IDT 운영과 생산라인을 재정비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IDT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안긴 후 단기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

    IDT의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13억원, 1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기존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확대되고 운영효율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3분기에는 유지보수 기간임에도 매출 937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3분기 IDT의 누적 매출은 3413억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결 누적 매출 4671억원의 73.0%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실적의 메인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1분기와 2분기에도 IDT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전체 매출액의 76.5%, 79.9%에 달하는 규모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중장기적으로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타겟 모달리티를 확대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라인을 정비해 생산성을 개선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규 모달리티를 발굴해 성장과 수익성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공정 표준화·자동화 설비 도입, 자체 AI 툴을 개발해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인적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상업화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페데리코 폴라노 CCO(최고상업책임자)를 신규 선임하면서 경영 개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폴라노 CCO는 35년 동안 GSK, 라티오팜 등에서 신약·사업개발 분야에 몸을 담으며 노하우를 축적한 인물이다. 그는 2월 IDT의 CCO로 선임됐다.

    IDT의 생산설비를 활용해 주요 제품의 공정 이전 작업도 병행 중이다. 생산능력이 한정된 안동공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안동공장을 증축했지만, 여전히 생산능력이 부족한 수준이다. 수출물량을 더 늘릴 여력이 있지만, 생산능력 제약으로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IDT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공정 이전작업이 완료되면 자체 제품 추가 생산만으로도 IDT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두 회사간 시너지가 한층 커질 것"이라며 "IDT는 여러 자격 요건에서 안동공장보다 앞서 있는 만큼 앞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IDT의 CDMO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IDT 별도 기준으로 연간 흑자 달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관계자는 "IDT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인수된 후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 확보와 수주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백신, 치료제, DP 등 전반적 수요 늘고 있으며 생산효율화와 품질관리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CDMO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연간 실적이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 ▲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연합뉴스
    ▲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연합뉴스
    문제는 본사다. 독감·수도·대상포진 등 기존 백신의 단가 인하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 매출 소멸에 따른 역기저효과까지 겹쳤다.

    별도 기준 3분기 본사 매출은 571억원으로 전년동기 616억원에 비해 7.3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3억원으로 전년동기 391억원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업의 수익성 하락이 '백신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3가 백신 중심의 제품 구성이 이어는 가운데 단가 인하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생산효율은 개선됐지만, 낮은 단가로 원가절감효과가 상쇄됐다. 백신부문만으로는 손익전환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DT의 안정적 손익구조가 연결 실적 개선으로 이끌었지만, 사업간 균형은 여전히 깨져있다"며 "IDT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아졌고, 본사는 R&D와 판관비 부담으로 현금흐름 개선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안재용 대표의 임기가 2027년 3월까지 16개월가량 남은 만큼 IDT의 호실적에 더해 주력사업의 성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적자 기조 속에서도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결국은 국내 백신부문이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야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차세대 백신 개발과 생산 인프라 고도화를 병행 중이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업생산을 위한 안동 L하우스의 증축 공사도 완료했다. 향후 글로벌 공급을 위한 미국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인증 절차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을 적용한 일본뇌염 백신의 글로벌 1/2상 임상도 진행 중이며 연내 주요 결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기반으로 mRNA 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향후 신규 백신 개발로 확장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계열에 광범위하게 예방효과를 보이는 사베코 바이러스 백신도 개발이 본격화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별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계열 전체에 유효한 백신을 개발해 향후 관련 바이러스와 변이주를 한 번에 예방하는 범용 백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호주에서 이 백신에 대한 글로벌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신청했으며 2028년 주요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폐렴구균 백신 상업화와 차세대 백신 개발, IDT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CDMO사업 확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