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약속했지만 R&D 목표 미달기술수출 '0건' … 신규 임상도 1건뿐매출 성장률 10% 달성도 쉽지 않아
  • ▲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지만 첫해부터 핵심 목표 대부분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제약바이오 기업 중 처음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회사는 2025~2027년동안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 10% 이상 ▲2027년 자기자본이익률(ROE) 8%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의 과거 10년(2014~2023년) 매출 CAGR은 6.7%, 평균 ROE는 6.9%였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의약품 사업과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기술수출·로열티 수익 확대 전략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R&D 부문에서는 2025~2027년 매년 기술수출 1건, 신규 임상 2건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첫해인 올해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말이 임박했지만 유한양행은 아직 단 한 건의 기술수출도 발표하지 못했다. 제약사들의 연말 업무 특성상 이 시점에서 새로운 기술수출 계약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유한양행은 올해 3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를 반환받았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19년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된 바 있어 시장의 아쉬움을 키웠다.

    신규 임상 진입 목표도 절반만 충족했다. 유한양행은 매년 2개 임상 진입을 제시했지만 올해 실제 임상에 들어간 파이프라인은 1건뿐이다.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YH32364'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상 승인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이 물질은 유한양행이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파이프라인이다.

    매출 성장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64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2조678억원)했지만, 올해 10% 성장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매출 약 2조2746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역산하면 올 4분기 매출이 최소 6340억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4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5975억원으로, 목표치 대비 약 365억원 부족하다. 이는 3분기 실적 영향이 크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매출은 5700억원,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 53.7% 감소했다. 회사 측은 폐암치료제 '렉라자'의 마일스톤 공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밸류업 계획 중 주주가치 제고 항목은 일부 실행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소각 규모는 보통주 24만여주로 전체 발행주식(약 8000만주)의 약 0.3% 수준이다. 

    이는 회사가 공시한 1% 소각 목표 대비 약 30%를 이행한 것으로, 유한양행은 향후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소각할 계획이다. 3분기 기준 유한양행의 자기주식 비율은 7.87%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는 꼭 하겠다는 것 보다는 일단 목표로 둔 것"이라며 "기술수출은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 더욱 열심히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