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환율 급등·확장재정까지, 신용 수축 압박 커진 금융 시스템외화부채 부담 늘고 자본 규제 강화 … 중소기업·취약차주 먼저 흔들린다주담대 막히자 마통 쏠림 … 대출 구조 왜곡이 리스크 키워금융 안정 명분의 규제, 실물 침체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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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근접한 가운데, 재정 팽창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은행권 대출 경색이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자본 부담, 확장재정에 따른 금리 압력, 은행법 개정과 자본 규제 강화가 겹치며 금융 시스템 전반이 ‘신용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화 약세는 단순한 외환시장 변동을 넘어 금융 여건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달러 기준으로는 줄었지만, 환율 상승으로 원화 환산 기준 기업 외화부채는 1년 새 약 3조 5000억원 증가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기업의 원화 기준 부채가 약 8800억원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달러 수입 결제 비중이 높은 내수 중소기업과 원화 수익 구조의 취약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은행법 개정안과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은 은행권의 자본 여력을 직접 압박한다. 대출금리 산정 시 예금자보험료·서민금융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 개정으로 4대 은행의 연간 이익 감소 규모는 2조~2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은행별로는 연 4000억~6000억원의 고정적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은행의 자본 부담은 곧바로 대출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역성장 국면에 들어섰고, 그 공백을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메우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 7000억원을 넘어 3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고소득·고신용 차주 중심의 레버리지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중소기업과 취약 차주의 체감 자금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정책 환경의 엇박자도 부담이다.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내년 예산을 728조원으로 편성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9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1415조원을 넘어 GDP 대비 51.6%까지 상승한다. 국채 발행 확대는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은행채 금리와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실제 최근 한 달 사이 주담대 금리는 최대 0.4%포인트 넘게 올랐고,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6%대 상단이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충격이 가장 취약한 곳부터 파고든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한계 차주는 대출 문턱에서 밀려나고, 은행들은 외화대출과 장기 대출에 더욱 보수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출 위축이 투자 감소와 고용 둔화로 이어질 경우, 금융 문제는 빠르게 실물경제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의 속도와 강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출 한파가 경기 하강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수익성을 직접 깎는 규제와 확장 재정이 동시에 작동하면, 금리 상승과 대출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비용은 가계와 기업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현재 100조원 이상 규모로 운용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시장 상황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