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전문 연구인력 부족 … 새 물질 합성, 중국에 의존""기초로 돌아가야 리가켐-ABL 같은 사례 늘어나 … 연구환경 필요""대웅제약, 프로젝트 중심 익스트림팀 구축 … R&D 문화·분위기 안착""2021년 이후 신규 프로젝트, 내부 공모로 발굴 … 국가신약개발에도 선정""내년 다발성 경화증 1상 등 추진, 일부 기술수출 기대 … AI 신약연구도 본격화"
  • ▲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Discovery센터장. ⓒ대웅제약
    ▲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Discovery센터장. ⓒ대웅제약
    "제약업계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을 만들어줘야 좋은 인재들이 오기 마련이다. 좋은 성과, 많은 성과를 내야 좋은 인재도 오면서 이 업이 선순환되지 않을까 한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은 1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초과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초가 탄탄해야 기존 아이디어들의 시너지로 또 다른 신약후보물질이 도출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추가 개발 가능성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박준석 센터장은 "학사뿐만 아니라 석·박사들이 바이오 쪽으로 많이 몰리면서 사람은 많아졌지만, 전문성 있는 인력은 부족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융합을 워낙 중시하다 보니 기초과학 분야에는 전문성 있는 사람이 없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물질을 만드는 화학이나 타깃 단백질 등을 연구할 수 있는 바이올로지(biology) 분야의 전문성이 있지만, 우린 기초분야의 전문성 있는 연구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 요즘 ADC(항체약물접합체)나 분해제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굉장히 많지만, 기본 없이는 절대 못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의 성공 사례로 부연했다. 그는 "리가켐바이오나 에이비엘바이오가 왜 기술수출을 잘하냐면 기본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리가켐의 경우 케미스트리가 좋다. ADC 링커 케미스트리(화학설계기술) 역시 합성화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는 합성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모두 중국에 주고 있는 실정이다. 서둘러 기초과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융합과학도 필요하지만, 기초과학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린 중국, 일본, 유럽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에겐 좋은 경쟁자가 있다. 벤치마킹만 잘 하면 된다. 축적된 인프라가 있는 만큼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과 같이 좋은 인재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우린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대웅제약의 경우 신약개발 아이디어 발굴에 있어 기존 대표나 본부장의 지시에 따른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의 체계가 이미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2018년 익스트림팀을 신설했다. 하나의 연구과제를 목표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기능 중심의 팀 조직을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한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하는 시점에 만들어지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된다. 팀 리더는 프로젝트 운영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받아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전사 차원의 공모전 역시 신약개발 아이디어 발굴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과거에는 질환별로 팀을 구성해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은 니즈가 생겼고, 4년 전부터 신규 과제 공모전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괜찮았다. 연구비와 프로젝트 리더 권한을 주겠다고 공모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임상 개발 단계에 들어갈 과제 중 하나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정되기도 했다. 2021년 이후엔 100%가 신규 과제 공모전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들 스스로 공부해서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또 그 프로젝트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순환 체계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사내 이런 분위기가 있어서 성과도 자주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제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모여 몰입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좋은 파이프라인을 갖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하기 좋은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센터장은 이 과정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KDDF)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 연구비 확보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장·단점들을 들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DDF에 선정되면 당장 어떤 어드밴티지가 있다기보단 글로벌 라이센스 아웃(기술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벌써 5년 전부터 빅파마들이 KDDF 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일종의 '공식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 ▲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Discovery센터장. ⓒ대웅제약
    ▲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Discovery센터장. ⓒ대웅제약
    박 센터장은 내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전임상 단계에 있는 자가면역 다발성 경화증 임상 1상 진입 △PRS(Prolyl-tRNA Synthetase) 억제제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 종료 △자가면역 치료제 후보물질 '폴리디시티닙' 1상 종료 및 2상 적응증 결정 △반려견 당뇨치료제 등에 대한 계획이 수립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의 경우 신경염증 치료를 목표로 한 전략적 신약개발 과제다.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인 만큼 전임상 이후 기술수출을 예상하고 있다"며 "PRS 저해제 역시 지금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줄을 서고 있는 만큼 기술수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비롯해 자가면역 관련 파이프라인이 굉장히 많다"며 "항암은 3년가량 됐다. 올해 미국암학회(AACR)에서 3건 발표했고, 내년에도 발표를 계속해서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기존 자체 AI 신약개발시스템에 LLM(거대언어모델)을 도입해 업계 새 화두로 부상한 'AI 신약개발'에도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AI는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갈수록 신약개발이 어려워지면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 결과값 분석, 기존 약물 재조합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박 센터장은 "AI 신약개발 쪽에서 가장 앞서 있다 보니 러브콜이 들어왔고, 몇몇 병원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을 시작했다. 비임상 자료로 임상을 예측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웅제약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5년도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어 "쉽게 말해 신규 타깃물질이 결정되면 후보물질 도출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신규 타깃물질을 발견하더라도 저해제나 분해제 등 알려진 정보가 하나도 없어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 었다. 생성형 AI 모델을 도입해서 가능하도록 했다"며 "후보물질 도출 직전에 최적화 단계에서 LLM을 구축해 내년 2월에 오픈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딥러닝 AI가 데이터를 쌓으며 학습하고 성장하듯이 연구자도 함께 '인사이트'를 높이면서 함께 동반성장해 나갈 때 비로소 신약개발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세계에 있는 환자들의 생명과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준석 센터장은 전남대 화학 이학사, 동 대학 의약화학 약학 석사, 서울대 의약화학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6년 대웅제약 신약연구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28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11년간 과제책임자(PL), 3년간 신약탐색팀장을 수행하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신약디스커버리센터를 이끌고 있다. 국산 34호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2022년 출시), 국산 36호 당뇨병 신약(2023년 출시) 개발을 견인했다. 이 두 개 신약으로 대웅제약은 2년 연속 대한민국 신약개발대상 신약 부문 대상을 받았다.
  • ▲ 대웅제약 신약 R&D 파이프라인. ⓒ대웅제약
    ▲ 대웅제약 신약 R&D 파이프라인. ⓒ대웅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