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가,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 … 집값·환율 설명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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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최근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집값 상승을 ‘유동성 과잉’ 하나로만 설명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유동성은 늘었지만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으로, 환율과 주택가격에는 외환 수급과 지역별 수급 불균형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취지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과 이화연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장은 16일 한은 블로그에 게재한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동성만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및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은은 우선 “최근 유동성 증가 속도는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라고 정리했다. 2025년 9월 기준으로 광의통화(M2) 증가율은 8.5%, Lf는 8.0%로 장기평균(각각 7.4%, 7.8%)을 소폭 웃도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금리 인하기 누적 M2 증가율도 8.7%로 2012년 5.9%보다는 높지만, 2014년 10.5%·2019년 10.8%보다는 낮다고 비교했다. 

    경제활동에 쓰이는 자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유동성은 협의 통화(M1), 광의 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 등으로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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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증가 배경으로는 2024년 10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시차효과,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국외 유입,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등을 함께 들었다. 

    또 한은은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통계 해석의 함정이 있다고 봤다. 최근 M2 급증의 한 축으로 수익증권 등 자금 이동을 지목하며, 국제기준(IMF 매뉴얼 개정 등)을 반영해 수익증권을 M2에서 제외하는 통화지표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개편 기준으로는 9월 M2 증가율이 현행보다 낮은 5%대 중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비교에서도 미국 M2는 수익증권 등이 제외되는 등 포괄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율의 경우, 한은은 유동성보다 “외환수급 요인”에 무게를 실었다. 2025년 1~10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1171억달러로 사상 최대이며,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폭 896억달러를 크게 웃돈다고 짚었다. 여기에 수출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이 강화되며 수급 불균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증분석으로는 2025년 9~11월 원·달러 환율 상승폭 +65원 중 대략 3분의2가 외환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한다고 추정했다. 

    수도권 주택가격에 대해서도 한은은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장은 수도권·지방 양극화가 심화됐고 거시건전성 정책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둔화 흐름을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 가격상승 기대와 수요 쏠림이 주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남3구 등 서울 핵심지에서 대출을 동반하지 않는 현금구매 비중이 높아진 점을 언급하며, 신규 유동성보다 과거 누적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유입되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한은은 통화량 중심의 해석이 통화정책 운영과도 결이 다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통화량과 실물경제 간 연관성이 낮아지며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금리 중심 체계로 전환했고, 이후 통화량은 정보 변수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