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수출 차단에 제3국 책임 경고 … 통관·계약 불확실성 확산클로로실란 반덤핑 조사 → 반도체 소재 압박 확대 … 공급망 흔들희토류 의존 구조 속 리스크 전이 우려 … 탈공급망 구축 서둘러야政, 산업안보 공급망 TF 확대 … 취약 품목 중심 대응 시나리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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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전면 차단하고, 제3국의 이전·제공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면서 ‘자원 무기화’가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공정 소재로 확전되는 양상이다.품목을 특정하지 않은 채 최종사용자·용도 기준으로 통제를 설계한 만큼 기업이 먼저 느끼는 충격은 생산 차질 자체보다 통관·계약·납기 전반을 뒤흔드는 불확실성 확대다.중국은 동시에 일본산 반도체 공정용 화학물질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도 공고했다. 수출통제와 통상 조치가 연이어 나오면서 중·일 갈등이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고, 한국 기업도 직접 제재 여부와 별개로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에 정부는 중국의 대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강화 조치가 국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창현 산업자원안보실장 직무대리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파급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 업종별 협·단체, 코트라 소부장 공급망센터, 산업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더라도 중국(원소재)→일본(가공소재)→한국(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상 일본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수입과 완제품 생산에도 영향이 번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품목이 아니라 ‘용도’ … 제3국 책임 경고가 만든 공급망 리스크 전이중국은 지난 6일 일본의 군사 사용자, 군사 용도, 일본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용도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조치를 즉시 시행했다. 아울러 중국 원산지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의 조직·개인에 이전·제공하는 행위를 돕는 제3국 조직·개인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규제의 초점이 특정 국가나 특정 품목이 아니라 최종사용자·용도로 이동할 경우 실제 물량 차질이 확인되기 이전 단계부터 기업 실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계약 단계에서는 재수출·제재 관련 조항이 강화될 수 있고, 통관 단계에서는 원산지 증빙과 최종사용자 확인 등 확인 절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점검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직접 제재 대상 여부와 별개로 통관·거래 구조 점검, 원산지 증빙, 최종사용자 확인 등 컴플라이언스 부담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리스크가 일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얽힌 밸류체인에 참여한 제3국 기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일본 제조업이 조달 차질을 겪거나 조달선을 바꾸기 시작할 경우, 한국 기업의 대일 납품 조건과 물량, 단가 협상에도 연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전략자원 의존 구조는 불확실성의 파급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한국은 2023년 희토류 원재료 수입량의 60%를 중국에서 조달했고, 희토류 소재·부품 수입량은 89%를 중국에서 조달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통계를 보면 2023년 전체 희토류 수입의 53.4%가 중국, 28.2%가 일본으로 나타났다.전기차 모터 등에 쓰이는 네오디뮴 자석(영구자석)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90% 수준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로 언급되는 갈륨은 세계 생산량의 98%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구간이 두꺼울수록 규제 신호가 재고 확충, 대체 조달, 가격 재협상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정부는 중국의 세계 생산점유율이 높은 중희토류(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의 이중용도 통제품목과 연관된 국내 대일 수입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 확대 가능성, 수입 대체처를 선제적으로 점검해 잠재적인 수급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디클로로실란 반덤핑 조사 … 반도체 공정 소재로 확전된 통상 압박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일본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공정용 화학물질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간은 덤핑 여부가 2024년 7월 1일~2025년 6월 30일, 산업 피해 여부는 2022년 1월 1일~2025년 6월 30일이다.디클로로실란은 반도체 칩 제조 과정에서 질화막 증착 등에 사용되는 핵심 화학물질로 꼽힌다. 이중용도 수출 통제와 반도체 소재 반덤핑 조치가 맞물리면서 중·일 갈등이 자원·전략물자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공급망과 통상 규제로까지 번지는 흐름이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현장 반응은 업종별로 엇갈린다. 배터리 업계는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일본 소재 업체로부터 전해액, 음극재, 분리막 등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일본 소재 업체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반면 반도체 업계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는 수년 전부터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온 사안"이라며 "국산화 비율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로 수급 관리를 해 온 만큼 당장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장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생산기반 확충과 수입국 전환 등을 통해 대일 소부장 의존도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실장은 다만 "한·중·일 공급망이 연결돼 있어 특정국의 충격이 3국 간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취약품목 중심으로 소부장에 대한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정부는 희토류 공급망 TF를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해 가동하고, 무역안보관리원과 코트라 수출통제 상담데스크를 통해 기업의 수급 애로 발생 시 신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이날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에서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소부장 산업의 체질 강화와 민관 협력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만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보유하고 정제 기술도 갖고 있어 협상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면 봉쇄와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특성상 중국도 소재·장비 수입 차질로 자국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세계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방식은 실행이 어렵다는 취지다.결국 변수는 멈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흔드느냐에 가깝다. 규제가 최종사용자·용도 중심으로 확대 해석될수록 거래 불확실성은 커지고, 그 비용은 재고 확대, 조달선 다변화,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이 과정에서 대체 기술 경쟁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지 않는 권선형 동기모터(WRSM) 등 대체 구동모터 기술을 선행 개발하며 희토류 병목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희토류 이슈가 조달·가격 문제를 넘어 모터 구조와 전동화 기술 로드맵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임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네오디뮴 사용량을 줄인 영구자석을 공개했고, 부품사 제이텍트도 네오디뮴·디스프로슘을 쓰지 않는 자석·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탈희토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이종환 교수는 한국이 자립도를 높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부장과 반도체 공급망을 재점검해 국내 기업 비중을 높이고, 용인 클러스터 등 생산기지·단지 조성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 집적을 통해 외부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