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견제가 아닌 정치적 후광으로 권한 확장금융감독의 공공성보다 권력 일원화가 앞서는 구조29일 공운위, 통제 대신 면죄부로 작동할 가능성감독기관이 형사권력화할 때 시장이 치르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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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특사경(특별사법경찰) 인지수사권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확보하면서다. 금융위와 법무부가 수사를 견제하는 구조는 흔들리고, 금감원은 감독·검사·제재에 이어 수사 기능까지 포섭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감독기구가 법 집행기관에 가까워지는 셈"이라는 냉소 섞인 평가도 나온다.

    국면을 바꾼 것은 대통령의 단 한 문장이었다.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금감원이 인지수사를 못하게 한 것은 문제"라며 "굳이 검사 승인만 허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동안 민간 수탁기관에 준형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어온 금융위 논리를 일거에 무력화한 발언이었다. 금융위는 곧바로 "금감원 내 수사심의위 설치를 논의 중"이라고 확인하며 속도를 탔다.

    앞서 이 원장은 수사권 확보 이후의 운영 청사진까지 제시한 바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뿐 아니라 회계감리·검사·민생금융범죄까지 특사경 직무범위 확대안을 금융위에 제출했고, 외부 전문가·금융위 인사를 포함한 '동수형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증권선물위 사후보고 등 자체 통제장치도 마련한 것. 업계에서는 전통적 감독-수사 분업 원칙을 뒤집는 구도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국제적으로도 금융감독과 형사수사를 동일 기관에 결합하는 모델은 드물다. 미국 SEC, 영국 FCA도 강력한 조사·제재 권한을 보유하지만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은 검찰·사법경찰에 남겨둔다. 이는 금융감독권이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유지하는 설계다. 반면 국내는 감독·제재·수사 기능의 통합을 정치권력이 개입해 용인하는 구조로 비틀리고 있다.

    특사경 인지수사권 논란은 29일 공운위에서 논의될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문제와도 맞물린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감원은 재정경제부 예산·인사·평가 통제를 받게 되고 원장 거취에도 영향이 생긴다. 금융위는 그동안 이를 견제 수단으로 활용해왔지만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의 해석은 더 노골적이다. "대통령과 통하는 원장이 실세"라는 말은 금융권에서 최근 처음 등장한 표현이 아니다. 이 원장이 금융위 조율 없이 수사권 카드를 전면 배치한 뒤 대통령 지지를 확보한 과정은 금융정책·감독 권력이 행정 기술이 아닌 정치적 관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독기관이 시장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감독기관을 재배치하는 그림이다.

    금감원은 여전히 "세계 수준의 감독 경쟁력 확보"를 주장하지만, 시장이 묻는 질문은 다르다. 금융감독 권력이 확대될 때 누가 이를 견제할 것인지다. SEC·FCA식 제도 견제 대신 정치적 후광이 견제 장치를 대체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금융시장과 기업이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감독·검사·제재를 이미 수행하고 있고, 여기에 수사를 더하면 시장의 견제 메커니즘은 약화되고 통제는 강화된다"며 "견제 없는 감독기관은 효율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