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호실적에도 다이어트 돌입…과징금·대출 규제 대응"비용 절감 필요한데 점포 폐쇄도 부담…임대료 낮추려 2층 검토""2층 임대료, 1층의 60% 수준…연간 억대 고정비 절감"
  • ▲ 은행 영업점 2층 점포 모습 ⓒ윤세라 기자
    ▲ 은행 영업점 2층 점포 모습 ⓒ윤세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 새해 들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과징금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전사적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규제 강화로 영업점 감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점포를 줄이지 못하는 은행들은 대신 1층에서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임대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초부터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모드에 돌입했다.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담합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등 제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이자이익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한 비용 축소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가장 손쉬운 비용 절감책은 '점포 폐쇄'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이 고령층·지방 거주자의 금융 접근성 저하를 우려하며 점포 폐쇄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온 데 이어, 최근 절차를 한층 강화하는 대응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반경 1km 이내 점포 통·폐합에도 사전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비도시 지역 점포 폐쇄 시 지역재투자평가 감점을 확대하는 등 사실상 점포 감축 속도를 늦추는 장치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를 아예 줄이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점포를 정리해야 하지만 당국의 눈치가 보여 폐쇄 결정이 쉽지 않다"며 "대신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로변 1층 점포를 같은 건물 2층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컨설팅 담당자는 "예전에는 은행 하면 무조건 '대로변 1층'이 공식이었지만 요즘은 먼저 2층을 찾는 은행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층 상가 임대료는 1층의 60~70% 수준"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층수만 옮겨도 연간 억대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중심의 이용 행태 변화로 1층 접근성의 중요성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데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년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은행 점포를 직접 방문해 이용한 비율은 29.1%로 2022년(37.9%)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도 은행들의 2층 이전 결정에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 영업점의 공간 구성도 '목적성 전문 상담 공간'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단순 입출금이나 공과금 수납은 1층 ATM이나 모바일로 유도하고, 대출·자산관리 등 수익성 높은 상담은 2층에 집중 배치하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를 아예 닫기에는 고령층 민원 등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고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고객 접점은 유지하되 위치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