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3사, 2021~2025년 4년간 설탕 가격 마음대로 주물러원당가 오르면 초고속 인상하고 내리면 서로 짜고 안 내려담합으로 기업 이익 극대화 …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구입공정위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담합 사건 신속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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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안정 주문과 담합 수사 여파 속에서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제분·제당업계는 설탕 및 밀가루 가격을 4~6% 인하했다. 2026.02.06. ⓒ뉴시스
국내 대표적인 설탕 제조 기업인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이 드러나 4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설탕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담합)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 등이다.이번에 설탕 3사가 물게 된 과징금은 2010년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부과된 6689억원에 이어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업체 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규모다.3개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사탕수수 또는 사탕무 등 당분함량이 높은 식물로부터 얻은 설탕 원료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이때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도 했다.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을 합의했다.이들은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 또는 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다.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합의했고,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갖고 가격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잘 안될 경우 대응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했다.이렇게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를 들어 A 음료회사는 CJ제일제당이,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식이다. -
- ▲ 왼쪽은 씨제이 내부 이메일, 오른쪽은 대한제당 담당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공정위) ⓒ전성무 기자
결국 제당사들은 원당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가격 인하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이를 통해 제당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수요처들은 가격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공정위는 "설탕은 제조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제당사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특히 이들 3개사는 2007년 같은 혐의로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 행위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왔고,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며 공정위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 논의를 하는 등 행태를 보였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고, 제당사들은 이런 진입장벽을 활용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제재했다"며 "저희가 부과한 과징금이 그 부당이익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공정위의 설탕 담합 관련 의결 발표 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대한제당협회를 탈퇴하기로 했다.CJ제일제당은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고객과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삼양사도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일부 B2B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 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