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제네릭 의존도 … 약가 40%대 하향시 年 영업익 증발오너 2세 공동경영 본격화 … ADC-면역질환 파이프라인 확대"암·면역 등 전략 분야 중심 R&D 강화 … 실적 성장-수익 기여"기술이전 기대에도 후보물질들은 전임상 … 실질 수익화엔 시간 필요
-
- ▲ 삼진제약 조규석(좌), 최지현 대표이사. ⓒ삼진제약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이 오너 2세 공동경영체제 출범 이후 신약개발 중심 기업으로 수익구조 재편에 나섰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본격 논의되는 상황에서 제네릭·일반의약품 수익구조에서 항암·면역질환 등 고부가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최용주 사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조규석-최지현 공동대표체제로 공식 전환하면서 오너 2세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동창업주 조의환·최승주 회장의 자녀다.두 대표는 2023년 12월 사장 승진 이후 1년여간 전문경영인과 합을 맞추며 경영 기틀을 닦았다. 지난해 3월 공동대표체제 출범 이후 각자 전문영역에 책임을 강화하며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안착시켰다. 조 대표가 경영관리와 생산을 총괄하고, 최 대표가 R&D 전략과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여기에 지난해 5월 김상진 전 삼일제약 대표를 경영총괄 사장으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도 보완했다. 김상진 사장은 홍콩얀센, 대만얀센, 한국얀센 등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전략통'이다.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에 전문경영인의 현장 경험을 더하며 사업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삼진제약을 대표하는 품목은 소염진통제 '게보린'이다. 해당 의약품은 1979년 국내 허가 후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실적의 중심에 섰다. 삼진제약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게보린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주력 제품으로 활용했다.이와 함께 △항혈전제 '플래리스정' △고지혈증 치료제 '뉴스타틴알정' △'뉴스타틴에이정' 등 전문의약품도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끌었다.그러나 신약 대신 특허 만료성분 기반 제네릭과 개량신약 중심의 매출구조 때문에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을 53.5%에서 40%대로 낮추는 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 경우 삼진제약의 실적 악화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삼진제약은 국내 중견제약사 중에서도 약가인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주력 제품 대부분이 제네릭인 전형적인 내수 중심 체질이기 때문이다.실제 삼진제약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228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 비중이 97.8%(2236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 보험·비보험 시장에서 발생하는 '순수 내수 제약사'에 가깝다는 얘기다. 글로벌 매출이나 라이선스·수출 기반으로 정책 리스크를 분산하는 다른 중견사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세부적으로 보면 제약부문 매출 2286억원 중 완제의약품(제품) 매출이 1898억원으로 비중이 83.0%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정제 1219억원(53.3%) △주사제 362억원(15.8%) △캡슐제 287억원(12.5%) 등이다.판매경로를 보면 급여의존도는 더 뚜렷하다. 삼진제약의 판매구성을 보면 △도매 1142억원(49.9%) △병원 809억원(35.3%) △약국 85억원(3.74%) △기타 248억원(10.8%) 등이다. 도매와 병원을 합친 비중이 85%를 넘는다는 것은 회사 매출 대부분이 병·의원 처방을 거치는 급여시장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삼진제약의 약가 개편 민감도는 제네릭 매출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삼진제약의 매출 70~80%가 특허 만료성분 기반 제네릭·개량신약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간판 품목인 게보린은 비급여 일반의약품(OTC)인 만큼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플래리스 등 항혈전제와 항생·해독 주사제, 뉴티린 등은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영역에 포진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제네릭 매출만 최소 1100억~1500억원 규모로 볼 수 있다.단순 계산만으로도 매출이 줄어들 폭이 작지 않다. 정부안대로 제네릭 약가산정률이 40%대로 내려가면 제네릭 가격은 현재보다 약 25% 낮아진다. 이를 대입하면 제네릭 관련 매출이 연간 300억원 안팎, 많게는 400억원 가까이 증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최근 발표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68억원(잠정)과 비교하면 약가인하 여파만으로도 이익이 대부분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수출 비중이 2.17%(49억원, 3분기 누계)에 그치는 만큼 제네릭 약가인하를 흡수할 완충재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이와 관련, 삼진제약 측은 "업계에서 매출 70~80%가 제네릭이라는 추정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도입 오리지널, 코프로모센, 제네릭 비중은 대외비인 만큼 관련 정보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
- ▲ 마곡연구센터. ⓒ삼진제약
삼진제약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약개발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오너 2세 체제 출범 이후에는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한층 명확해졌다는 평이다.앞서 삼진제약은 2021년 말 마곡연구소 개소를 기점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4년여간 면역·염증과 항암,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20여개의 신규 연구과제를 발굴·착수하며 파이프라인 기반을 빠르게 확장했다.이 중에서도 면역·염증 파이프라인과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단계별 기술이전을 통해 연구 성과를 가시화한다는 계획을 품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삼진제약은 면역·염증(I&I) 분야의 신약후보물질 'SJN314'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SJN314는 만성 두드러기 적응증을 타깃으로 한 경구용 치료 후보물질로, 자가면역반응에서 과활성화된 면역 조절인자(GPCR)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저분자 신약후보물질이다.특히 면역반응 질환에서 기존 항체 치료제인 '졸레어'가 면역글로불린 E(IgE)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과 달리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기전을 표적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의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항암 분야에서도 3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암 특이적 대사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온코스타브'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선천면역을 활성화하는 '온코플레임' △정밀 결합을 돕는 듀얼 페이로드 플랫폼 '모듈링크' 등 3종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파이프라인 최적화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단순 후보물질 도입을 넘어 플랫폼을 확보해 다양한 ADC 신약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SJA71을 비롯해 SJA21, SJA72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을 위해 전임상 및 독성 시험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벨티노빌리티, 에이피트바이오 등 바이오텍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연구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삼진제약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받아 빅파마, 투자자들과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이러한 고부가가치 신약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기술이전(L/O)과 공동개발, 전략적 협업 등 실질적인 사업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JN314는 향후 1~2년 내 기술이전 성과를, ADC 플랫폼은 2~3년 내 기술이전 또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성과 도출을 기대하고 있다.삼진제약 관계자는 "암·면역 등 전략부문 중심의 R&D 역량 강화를 통해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등 중장기 사업 기회를 적극 창출할 것이며 빠른 기술이전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십과 연구 성과가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코프로모션 품목의 성장을 가속하고 올해 새롭게 출범한 '항암·폐동맥고혈압사업부'를 중심으로 고부가·고난도 치료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 기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삼진제약은 AI 기반 신약개발을 또 하나의 핵심 연구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AI 기술을 연구 현장에 적용해온 삼진제약은 최근 3년간 10개 이상의 AI 신약개발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총 6건의 주요 국책과제에 주관 또는 참여기관으로 선정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약가인하 직격탄을 앞둔 삼진제약이 오너 2세 체제 본격화와 함께 신약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다만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실질적 수익 기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