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합류로 커진 '1조 클럽' … 제약사 모두 매출 성장유한양행 '매출 1위'·한미약품 '이익 1위'… 종근당·보령, 이익 ↓약가 인하 변수 앞둔 제약업계 … 기업 간 실적 격차 벌어질 것
  • ▲ 매출 1조원 이상 제약사. ⓒ각 사
    ▲ 매출 1조원 이상 제약사. ⓒ각 사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지난해 나란히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수익성에서는 기업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약과 해외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현금 창출 구조를 확보한 기업들은 이익 개선에 성공한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거나 약가·비용 변수에 노출된 기업들은 수익성 부담을 안았다. 여기에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이 예고되면서 제약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는 유한양행이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86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2조원대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5.7% 성장한 수치로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2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1044억원으로 90% 넘게 증가하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성과가 실적 전반을 견인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렉라자 투약이 시작되며 약 65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이 반영됐고, 해외 사업 매출도 3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1% 늘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9913억원, 영업이익 69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각각 18.5%, 115.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수년간 반복돼 온 4분기 영업적자 구조를 탈피했다는 것이다. GC녹십자는 독감 백신 매출 감소와 비용 집행 집중으로 2018년 이후 매년 4분기 적자를 기록해 왔지만 지난해에는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 확대에 힘입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1억600만달러(약 15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GC녹십자의 수익 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57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968억원으로 같은 기간 33.0% 증가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등 자체 개발 신약과 제품의 해외 판매 확대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나보타는 미국과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며 대웅제약의 글로벌 핵심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미약품은 매출은 제약사 중 5위지만 수익성에서는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4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으며 주요 제약사 중 가장 많았다. 당기순이익도 1881억원으로 33.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6.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 자체 개발 품목의 안정적인 성장과 MSD 기술수출 성과가 실적에 반영됐다. 여기에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지난해 매출 402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또한 HK이노엔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1조 클럽'에 새롭게 합류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1조631억원, 영업이익 11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8.5%, 25.7% 성장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실적 성장을 이끈 핵심 제품으로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견인했다. 케이캡은 출시 초기 300억원대에 머물렀던 처방 실적이 꾸준히 확대되며 지난해에는 처방 실적이 2179억원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케이캡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케이캡 수출액은 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4.9% 증가했고 판매 국가는 18개국으로 늘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케이캡의 신약허가를 신청하면서 허가 이후 성장세는 더욱 가파라질 전망이다. 

    반면 종근당과 보령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 1조6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19.0%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30.2% 줄었다. 연구개발비와 판관비 증가, 전년도 일회성 요인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 1조174억원으로 1조원대 매출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650억원으로 7.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7.6% 줄었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와 관련한 약가 인하 취소소송 1심 판결 결과가 반영되며 충당부채가 설정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결산 재무제표가 수정됐고, 약가 정책과 법적 리스크가 실적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이처럼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은 모두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수익성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신약과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매출과 기술료, 로열티 등 현금 창출 구조를 확보한 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한 반면 내수 비중이 높고 약가와 비용 구조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익 측면에서 부담을 안았다. 단순한 매출 확대보다 신약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성과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올해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최고가 대비 53.55%에서 40%로 낮추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비중이 높고 제네릭 의존도가 큰 제약사들의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이번 약가 개편이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상 제네릭 의약품이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약가 인하는 곧바로 대규모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축소와 우수 연구인력 유치 차질, 생산 포기와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이 53.55%에서 40%로 변경될 경우 이를 2024년 기준 국산 전문의약품 전체 약품비에 적용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산업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약가 인하 환경에서 신약과 글로벌 사업을 통한 고수익 구조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