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0.28% 역성장 … 24개국 중 22위로 밀린 한국연간 성장률 0.97% 수준, 수출 버티고 내수·건설 발목미국 관세 변수 재부상 … 성장률 0.2%p 하락 리스크반도체만 남은 성장 … 내수 회복 없인 1%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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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글로벌 성장 경쟁에서 사실상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성장을 기록하며 주요국 가운데 뒤에서 세 번째 수준에 그친 데 이어, 연간 성장률도 1%선에 턱걸이했다. 수출 반등에도 불구하고 내수·건설 경기 부진이 발목을 잡으며 성장 엔진이 식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76%를 기록했다. 속보치를 발표한 24개국 가운데 22위로, 아일랜드(-0.571%), 노르웨이(-0.333%)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4분기 기준 역성장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 불과했다.

    연간 성장률도 1.0%에 그쳤다. 반올림 전 기준으로는 0.97%로, 사실상 0%대 성장이다. 글로벌 경기 정상화 국면에서 주요국들이 2~3%대 성장을 회복한 것과 대비된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회복 국면이 힘을 잃고,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분기별 흐름도 불안정했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은 소비 위축과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0.219%까지 떨어졌다. 2분기에는 수출 회복에 힘입어 0.675%로 반등했고, 3분기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1.334%를 기록하며 일시적 고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4분기에는 기저효과와 건설 투자 부진이 겹치며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성장의 질도 문제다. 지난해 성장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에 의존했다. 반면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회복이 지연됐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 투자는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이 흔들릴 경우 성장 기반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했지만, 이후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며 대외 리스크가 재부각된 데다, 글로벌 교역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은은 오는 26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미국 관세 충격을 포함한 비관 시나리오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한은은 미국 평균 관세율이 25%로 높아질 경우 한국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2%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단기 경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성장 구조 속에서 내수·투자 기반이 약화됐고, 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가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1%대 성장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분기 성장률이 -0.2%대에서 1.3%대까지 급변했다는 것은 경제 체력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신호”라며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수 회복과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