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발전소·인공다이아·원유 등 360억달러 투자 확정한국, 특별법 지연 속 투자처 미정 … 美에 협상단 급파원전·전력망 인프라·핵심광물·조선 등 분야 투자 거론"속도보다 국익 … 관세 완화 등 실질적 교환조건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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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6.1.31 (사진=산업통상부)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 3개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한국이 또다시 일본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5500억달러(약 8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한국보다 먼저 투자처를 선점한 것이다. 미국의 신뢰를 얻어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한다는 구상이다.반면 한국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데다,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에 대한 투자처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이 가장 먼저 대미 투자처를 확정하면서 3500억달러(약 508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센 청구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일본 경제산업성은 18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과 조지아주의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 건설,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등 총 3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3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일본의 대미 투자와 관련한 첫 번째 프로젝트 3개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일본과의 거대한 무역 합의가 막 출범했다. 전략적 영역의 세 가지 엄청난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이날 국회에서 총리로 재지명된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X에 "이것이 바로 일·미 상호 이익의 촉진, 경제 안보 확보, 경제 성장 촉진이라는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의 의의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미국과 일본의 설명에 따르면, 1차 프로젝트 가운데 대부분인 333억달러(약 48조원)가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투입된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자회사 SB에너지가 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투자"라고 평가했다.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해당 시설에 대해 "9.2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전 9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이자 미국의 약 7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WSJ는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에 건설될 330억달러의 가스 화력 발전소로 미국에서 발표된 역대 최대 규모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공업용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프로젝트에는 약 6억달러(약 8700억원)가 투입된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단순히 '보석 대체품'이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 사업으로 미국과 일본에 인공 다이아몬드를 공급할 계획이다.이밖에 미국산 원유 수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약 21억달러(약 3조원)규모로 추진된다. 미국은 연간 200억~300억달러의 미국산 원유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일본에 투자처를 선점 당한 한국은 미국에 실무 협상단을 급파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8일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 차관보 등은 미국 상무부 관계자 등 미측 인사들을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 사업과 상업적 타당성, 추진 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관련 출장을 마친 뒤 귀국해 국내에서 대미 투자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과 화상회의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단순히 속도에만 맞추기보다는 국익과 산업 경쟁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투자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우선 미국 내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인프라 분야는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초고압 변압기, 전력기기, 그리드 기술 등이 유망한 분야로 거론된다.핵심광물 가공·정제·리사이클 분야도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도 한국 기업의 배터리·소재 산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조선·해양플랜트 분야 역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해양 에너지 설비 등과 연계해 미국 에너지 수출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어 유력한 투자 분야로 손꼽힌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 약속'이 아니라 전력·에너지·핵심광물처럼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는 구체적 프로젝트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투자하느냐'뿐 아니라 그 대가로 관세·통상 리스크 완화, 미국시장 접근성 개선,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 등 실질적 교환 조건을 확보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