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최적화, 오래된 사양에서도 4K, 울트라 옵션 무난히 구동바람소리부터 나뭇잎, 발자국 소리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진 연출어려운 조작과 불친절한 시스템 … 스킬의 버튼조합에 손 꼬이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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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소위 ‘아재’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에게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느릿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리뷰해봤다. <편집자 주>
- “컷신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화면이라고?”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을 처음 실행시키고 난 뒤에 나오는 탄성이다. 바람 소리와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풀, 곳곳에 날리는 나뭇잎과 풀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멀리서 보이는 절벽의 식생까지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압도적 비주얼이 이전에 없던 충격을 준다.무엇보다 진짜 놀란 것은 이것이 기자의 PC 환경에서 구현됐다는 점이다. 부끄럽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 PC는 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PU는 이미 윈도우11 지원도 못 받는 인텔 ‘스카이레이크(6세대)’, GPU는 6년 전 출시된 ‘RADEON RX 6800 XT’로 램도 16GB에 불과하다. 이런 PC에서 4K해상도, 심지어 대부분의 그래픽 옵션을 최상위 ‘울트라’로 구동했는데도 프레임 저하 없는 최적화를 이뤄냈다. PC 가격이 자고 나면 올라있는 이 시국에서 게이머에게 이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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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운드와 풍경, 상호작용이 압도적 몰입감을 준다.
오는 20일 출시되는 패키지 신작 게임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7년을 개발한 AAA급 대작이다. ‘붉은사막’의 흥행이 펄어비스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각별한 투자와 노력을 들였다. 이 7년의 기다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리뷰를 위해 ‘붉은사막’을 직접 플레이해봤다.리뷰를 위한 총 플레이시간은 15시간. 적은 플레이시간은 아니었지만 사실 평가하기는 꽤 조심스럽다. 호텔 뷔페에서 입구 근처 음식만 맛보고 요리에 점수를 따지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대체 이 게임 볼륨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붉은사막’은 주인공 클리프와 ‘회색갈기’에 소속된 동료의 이야기다. 다소 파격적으로 전개되는 오프닝 이후 동료를 찾고 고향을 되찾기 위한 클리프의 ‘파이웰’ 대륙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거창하지만 사실 당장 초반에 크리프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이다. 캐릭터는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먹을 수도 있고 낚시를 하거나 짐승을 사냥할 수도 있다. 물론 곳곳의 모닥불에서 우아하게 요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풀밭에서 잡히는 벌레를 간식처럼 먹는 것도 가능하다. 메뚜기 정도는 이해하겠는데, 파리나 돈벌레로 불리는 그리마,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잡힌다. -
- ▲ 도둑질을 하다가 목격 당하면 바로 현상금이 붙는다.
현상수배 전단지를 보고 현상금 사냥꾼이 될 수도 있지만 행인을 협박하거나 빈집을 터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인상을 감추기 위한 복면 착용이 필수적. 물론 그렇다고 현상금이 안 붙는 것은 아니다. 현상수배 될 경우 경비병에게 쫓기게 되는데, 붙잡히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한다.주점 2층의 도박장에서는 이름을 기묘하게 바꾼 ‘섯다’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일정 확률로 게임 상대가 ‘밑장빼기’ 시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발견 즉시 ‘오함마’가 등장하는 어디선가 본 이벤트도 등장한다.바람이 불 때는 나무와 풀이 휘청이며 온갖 나뭇잎이 날리지만 조용한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차분하다. 풀숲을 걸으면 옷에 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 새가 날 때는 지저귐이 들린다. 길에서 NPC와 어깨를 부딪치면 “야 조심해!”라는 고성이 들려온다. 이런 전반의 상호작용은 내가 흡사 ‘파이웰’ 대륙에 간 것 같은 압도적 몰입감을 준다. 그냥 걷기만 해도, 풍경만 봐도 즐겁다. -
- ▲ 풍경만 봐도, 걷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오픈월드라곤 하지만 이 정도의 자유도는 비교할 게임이 많지 않다. 락스타게임즈의 ‘레드데드리뎀션2’가 연상되지만 전투 콘텐츠의 비중을 고려하면 CD프로젝트 레드의 ‘위처3’도 떠오른다.초반 전투는 어렵지 않은 패링과 회피 타이밍으로 쉽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진행돼도 고려해야할 것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붉은사막’은 기본적으론 다 대 1의 전투가 많다. 패링에 성공해도 등 뒤에 적이 있다면 몰매를 맞기 십상이다. 적의 수와 위치를 끊임없이 고려해야한다.심지어 1대1 전투인 보스전은 지금까지 습득한 모든 스킬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난이도로 접어든다.
- 첫 보스전. 스킬이 손에 익지 않았다면 꽤나 고생하게 된다.사실 압도적 비주얼을 빼고 나면 ‘붉은사막’은 꽤 불친절한 게임이다. 불친절한 미니맵, 짧고 간결한 툴팁은 직관적이지 않다. 워프 시스템은 무척 인색해, 느릿느릿 뛰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복잡한 조작은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종종 실수로 이어진다.게임패드의 10개 버튼을 모두 사용하는 건 당연하고 아날로스틱 2개는 물론 십자버튼 각각의 행동이 다르다. 짧게 누르냐 길게 누르냐에도 행동이 달라진다. 특히 전투에서는 버튼의 조합으로 스킬이 달라지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무엇보다 가장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것은 가방(인벤토리)의 양이다. 애써 모은 비상식량(벌레)을 방생하는 것은 기본, 쓰러트린 강도의 주머니도 뒤지지도 못하게 된다. 추가 캐릭터 데미안을 얻고 난 뒤에는 이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 가방을 공유하는 반면 다른 캐릭터의 장비를 고스란히 들고 다녀야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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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방의 양은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서 늘릴 수 있는데 장비가 늘어갈수록, 식량이 많아질수록 압박이 커진다. 이마저도 베타 테스트 때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이런 불친절함 풀어가는 과정은 제법 위트 있다. 지나가는 NPC 행인이 귓속말과 쪽지를 건내주는 이벤트가 종종 있는데, 여기에는 까먹고 지나간 게임 팁이 적혀있다.‘붉은사막’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국내 게임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막대한 볼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오픈월드라면 단순히 맵이 넓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론 넓기만 한 세계는 큰 의미가 없다. 그 안에 녹아있는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 NPC가 소문을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거나 곳곳에 짐을 지고 이동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모두 세계의 리얼리티와 몰입감을 높여준다. 복잡하고 어렵다고? 그러면 좀 어때. 원래 사는 것이 그렇지 않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