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에도 호르무즈 재폐쇄, 평화 종전 기대 낮아한국 제조업 재료비 비중 67%, 수익성 급격 악화정유·발전 등 수혜 제한적, 에너지 구조 전환 필요"에너지 전환 속 석탄·원자력 여전히 중요, ESG 전략 재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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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휴전으로 유가가 일시 안정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폐쇄로 긴장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화학, 항공, 철강, 자동차, 가전 등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압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 전반이 원가 구조상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만큼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해 원유 등 에너지 가격 레벨이 다운됐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선물 가격은 현재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이날 다시 전면 폐쇄되면서 중동 정세를 둘러싼 긴장감은 여전하다. 업계에선 이번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의 조기 종결 기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이제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핵심 변수는 에너지 가격이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 상승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점검과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은 원재료 가격에 매우 민감한 구조다. 24개 중분류 업종의 총제조비용 중 재료비 비중은 평균 67%에 달한다. 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특성상 외부 충격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세부적으로 보면 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 자동차, 1차 금속, 전기장비, 음식료, 화학제품 등이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이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중동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지목한 산업군과 상당 부분 겹친다.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 3사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산업군은 석유화학, 항공, 건설, 철강, 자동차, 가전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처럼 원재료비 비중의 높낮이가 대외충격에 따르는 부정적 여파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은 향후 정책적 대응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지원이 집중돼야 하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진단하고 파악하는 차원이"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채권시장 영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석유화학과 항공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경우 수익성 저하와 수요 감소 등 간접적인 경로로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대기업보다 협력사 등 하위 공급망에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경우 시장성 자금 조달이나 대체 자금 확보 능력을 갖추고 있어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중동 사태가 일부 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정유, 민자발전, 방산 업종을 상대적 수혜 산업으로 꼽고 있다. 정유는 정제마진 개선, 민자발전은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이유다.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유의 경우 원유 도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제마진 개선 효과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고, 민자발전 역시 연료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해 수익 개선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장기 공급계약 역시 공급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김 연구원은 "원천적으로 우리 땅에서 석유, 가스가 솟아나지 않는 한 국내 산업이 관련 여파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 판단된다"면서 "중동사태의 부정적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진단된 산업군의 경우 그렇게 나쁠 것도 없고 반대로 긍정적으로 평가된 산업군 또한 딱히 좋을 것도 없다"고 분석했다.향후 주목해야 할 변수는 에너지 전환과 발전 믹스 변화가 꼽힌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현실적으로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ESG 탈탄소 정책은 지속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석탄 발전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전략 비축 자원으로서 화석연료의 중요성 역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ESG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김 연구원은 "중동산 에너지 조달 비중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들의 경우 불행 중 다행으로 탈 탄소가 선진국에 비해 늦은 관계로 아직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며 "향후 원자력발전과 함께 석탄발전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2주 휴전은 말 그대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며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이 원가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일부 업종의 단기 수혜 기대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에너지 구조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