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사·다운스트림, 주단위로 가격 눈치싸움고객사에 재고 소진 전망치 전달 … 협상력 강화 시도다운스트림 기업, 판가 전이 여부 따라 가동률 조정·생산 중단 결정석유화학사들 '샌드위치 신세' 우려 … "차라리 불가항력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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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여천NCC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사와 다운스트림 업체 간 가격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는 석유화학사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다운스트림 기업들 간 가격 협상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전에는 수개월 단위로 공급 계약이 체결됐지만 최근에는 주 단위 또는 월 단위 계약으로 쪼개 이뤄지고 있다.나프타 기반 제품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다운스트림 기업들은 최근 국내 석유화학사로부터 부타디엔, 테레프탈산(TPA), 에틸렌글리콜(EG) 등 원료 공급 가능 전망치를 전달받았다. 기존 재고 소진 이후 약 2개월 뒤 공급 가능 물량이 50% 등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석화기업들이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감안해 재고 소진 전망치를 전달했다”며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른 관계자는 “시장에 나프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해외에서 나프타를 들여올 경우 운임과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국내 가격보다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나프타 가격 급등은 국내 석유화학사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발 과잉공급과 저가 공세에 따라 적자가 이어졌다.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중동산 나프타 수입이 제한되면서 원가와 판가가 동반 상승하고, 제품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나프타 가격은 지난 2월 톤당 600달러에서 최근 1180달러까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프리미엄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 톤당 2~5달러 수준에서 50~100달러로 급등했다.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3월 래깅 효과 등에 힘입어 약 636억원 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스프레드 회복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사들과 거래하는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체급이 있는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직접 해외 스팟거래에 나섰지만, 신중한 분위기다. 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고가 재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이들 기업들은 납품하는 제조사에 판가를 전이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가격 전이가 어려울 경우 공장 가동률 조정이나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디스플레이·전자부품 등에 필름을 공급하는 A사는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어 원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도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원료가가 두 배 이상 뛰는 가운데 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차라리 공장을 세우는 것만 못한 상황”이라며 “아직 가동을 멈출 정도의 위기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3~4개월 내에 원료가 흐름에 따라 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석유화학기업들도 ‘샌드위치 신세’를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단의 정유사 납사 가격 급등을 감당하면서도 뒤쪽 다운스트림 고객사에는 공급을 이어가야 하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원가 부담은 커지고 판매처에는 일정 수준 공급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판가 전이가 안 되면 손실만 커진다. 그럴 경우 공장을 가동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최대 단일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가 지난달 공급사들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거래 중인 국내 정유사들의 고가 판매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