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관악·강서 등 서울 외곽 불장…전세값 6년4개월만 상승폭 최대대출·세제 '규제 패키지' 되려 중저가 집값만 자극…강남3구는 회복세'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제' 폐지 효과 '글쎄'…실현 가능한 공급안 필요
  •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외곽 중저가 단지 매수세에 힘입어 오름폭을 키웠고 하락장이 지속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송파구가 9주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세가격은 6년4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임대차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세제 카드까지 꺼내들며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정작 강남 집값은 못잡고 애먼 서민 주거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4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5% 오르며 전주 0.10%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2월 셋째주 0.15% 이후 9주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외곽 지역 중저가 아파트들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는 0.31%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관악구가 0.28%로 뒤를 이었다. 관악구 경우 전주 0.15%에서 한주만에 오름폭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

    그 외 노원구는 0.13%에서 0.22%, 도봉구는 0.11%에서 0.19%로 상승폭을 키웠다.

    노원구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한두달 간 10억원 안팎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해당 가격대 호가와 거래가격이 단기가에 오르고 있다"며 "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수 가능한 매물이 더욱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강남3구에서는 송파구가 0.07%로 9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서초구는 -0.06%에서 -0.03%로 내림폭이 줄었다.

    전세가격은 더욱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2% 오르며 2019년 12월 넷째주 0.23% 이후 약 6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사실상 지난 1월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관련 SNS 발언 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서울 집값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한 '6·27대출규제'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부동산대책' 등 고강도 수요 억제책에 이어 세제 강화라는 고육지책(苦肉之策)까지 내놨음에도 서울 집값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시장 안정은커녕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정부가 서민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여론도 거세다. 설상가상 서민층 입장에서 그나마 진입하기 수월한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치솟아 내집 마련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 형국이다.

    진보정권 때마다 반복됐던 '규제 후 집값 폭등' 악순환이 이번 정부에서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잖다.

    예컨대 집값이 가파르게 뛰던 2017년 하반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양도세 중과 도입을 골자로 한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집값은 되려 상승폭을 키웠다. 대책 발표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2018년 3월까지 1년간 집값이 3.17%나 오르며 직전 8개월 1.59%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커졌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세율을 3.2%까지 끌어올리는 '9·13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책 발표 후 하향세를 나타냈던 서울 집값은 7개월여만에 다시 반등 양상을 나타냈다.

    현재 정부는 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병행되지 않는 규제는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체적인 주택 공급 시점과 물량 제시 없이 수요만 틀어막을 경우 집값은 다시 오르기 마련이고 되려 양극화와 임대차 불안 등 시장 왜곡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악구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월세 경우 매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문 정부 시기 임대차2법 시행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저자본 실수요자에겐 매매든 전세든 선택지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이든 세제든 규제 강도를 계속 높여봤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 실수요자"라며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와 저평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추격매수, 전세의 월세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세부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급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