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범석 의장 쿠팡 동일인 지정 '후폭풍'쿠팡, 행정소송 예고…한미 관계 새로운 뇌관韓, 무역법 301조 근거 韓에 고율 관세 재부과 우려핵추진 잠수함·우라늄 농축 등 안보 협의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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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쿠팡 의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동일인 지정이 한미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국적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한국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단순한 공정거래 규제 문제를 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협상, 안보 협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악재가 겹치면서 통상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과의 협상에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25% 수준의 고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실제 투자 프로젝트는 단 한 건도 공식 발표되지 못한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쿠팡 문제가 한미 통상 갈등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면서 미국 측이 추가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악의 경우 미국이 기존 관세 합의를 사실상 재협상 대상으로 돌려 다시 한국에 25% 관세를 통보하거나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공정위는 29일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이후 줄곧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봐왔다. 그러나 올해 현장 점검 과정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총수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어야 하고, 특수관계인 사익편취 우려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김유석 부사장이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하고 계열사 대표들과 주요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공정위에 따르면 김유석 부사장은 쿠팡 내에서 대표이사급에 준하는 최상위 직급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연간 보수 수준 역시 등기임원 평균 수준에 달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상 김 부사장은 최근 5년간 급여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을 포함해 약 144억원 규모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본인은 물론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및 거래 내역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최종 책임자를 일치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쿠팡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은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습니다"고 반박했다.그러면서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조건을 충족해 왔다"며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쿠팡은 특히 이번 조치가 제3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한 한미 FTA상 최혜국 대우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 역시 최근 들어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쿠팡 관련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문제는 이런 갈등이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 통상·안보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 현지 브리핑에서 "쿠팡 문제가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쿠팡 문제로 인해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미국은 쿠팡 관련 한국 정부의 수사와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이 추진 중인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 등 핵심 안보 협의와 쿠팡 사안을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통상 분야에서는 무역법 301조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통상 규제 수단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및 불공정 관행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재계와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쿠팡 사안을 온라인 플랫폼 규제 차별 사례로 연결해 301조 조사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자동차·전자장비·철강·선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다시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특히 현재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은 더욱 크다. 지난해 11월 합의를 통해 한국은 일단 관세율 인하를 끌어냈지만, 미국은 여전히 투자 이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이후 지난 3월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1호 투자 프로젝트조차 발표되지 못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는 한국의 투자 약속 이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분위기다.여기에 쿠팡 문제가 추가되면서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 내 강경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무표로 판단했지만, 미국 정부가 대신 무역법 301조 카드를 활용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정치권 관계자는 "쿠팡 측이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에 나선 상황이어서 한미 관계가 앞으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며 "미국이 쿠팡 규제를 빌미로 관세를 다시 올리거나 투자금을 더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