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다크팩토리 우려에 신기술 도입 의결 요구업계 "바이오 무인공정 승인 사례 아직 없어"AI·자동화 투자는 글로벌 생산 경쟁력 변수"신기술 도입은 경영상 판단 … 과도한 개입 우려"
  •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지난달 24일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조희연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지난달 24일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조희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5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한 뒤 준법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번 노사 갈등은 임금 협상을 넘어 인공지능(AI)·자동화 도입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가 회사 측에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신기계·신기술 도입 및 작업 공정 개선 시 노사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노조는 회사의 다크 팩토리 추진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파업 이후 생산 차질 문제가 부각될수록 오히려 AI·자동화 투자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회사 측에 '노사 공동으로 경영협의회 구성을 요구하고 신기계·기술 도입 또는 작업 공정 개선에 관한 사항은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안을 제안했다. 이를 거치지 않을 경우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회사가 향후 '다크 팩토리'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크 팩토리는 AI, 로봇,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과 물류, 에너지 관리 등을 사람 개입 없이 운영하는 자율 제조 체계를 뜻한다. 제조업 전반에서 AI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생산직 일자리 감소에 대한 노조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에서 완전한 다크 팩토리 구현은 단기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포 배양, 정제, 무균 충전, 품질시험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고도의 숙련도와 품질 일관성이 요구되는 데다 허가받은 제조공정과 다르게 생산하려면 규제기관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회사가 다크 팩토리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다크 팩토리 추진에 대해 처음듣는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이번 요구안은 기존 임금·성과급 갈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신기술과 설비 도입은 통상 기업의 투자 판단과 생산 전략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노조가 이를 노사 의결 사항으로 요구한 것은 향후 AI·자동화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바이오 CDMO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AI가 당장 생산 인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제조업 제품과는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배양 조건, 세포주 등에 따라 품질과 수율이 달라질 수 있어 숙련 직원의 공정 관리와 엄격한 품질 검증이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공정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무인 공정으로 승인된 케이스는 아직 없다"면서 "기술이 확보되더라도 일정한 품질과 숙련도, 공정 일관성을 검증해야 하고 결국 규제기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산업 흐름이 AI와 자동화로 가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다른 CDMO 기업들도 관련 투자에는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 활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품질 관련 규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AI 활용 가이던스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신기술 도입 자체를 노조 동의 사항으로 묶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와 자동화가 글로벌 CDMO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막는 방식의 대응은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과 고용 안정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기술 도입은 기본적으로 경영상 판단의 영역으로 노조가 관여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노조가 근로조건 변화 가능성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영권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노조가 신기술 도입을 막는 방식으로 개입하면 기업의 장기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서 "근시안적 시각으로 AI와 자동화 도입을 막을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경쟁력까지 상실해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질 가능성이 있다. 노조은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술 넘어 채용·M&A까지 경영권 침해 논란 확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요구안은 신기술 도입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노조는 신규 채용과 인사고과, 인수·합병(M&A), 회사 분할, 도급·외주 등 핵심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 또는 공동 심의·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임원의 임명 및 보직 변경 계획과 결과 통지, 신규 인력 채용과 배치, 성과 배분 등에 대해서도 조합과 공동 의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요구안이 통상적인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넘어 경영권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채용과 투자, 조직 운영, M&A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노조 동의를 전제로 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총 5일간의 파업을 마친 노조는 이날부터 준법투쟁에 나서고 있다. 연장근무,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준법투쟁 방식에 따라 손실규모가 달라진다"며 "24시간 가동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특성상 잔특근 거부 뿐만 아니라 긴급 상황 발생시 필수 인력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지속 직원들에게 이러한 업의 특수성을 알리는 한편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노사 대표교섭위원간 1대1 미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8일에도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미팅이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