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만 타이베이 LG전자 기자간담회"초고가 세탁기 누가 사나" 우려 깨고 워시타워 흥행매년 두자릿수 성장, 구독 판매 최대 20배 커져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스타일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스타일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찾은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A13 원동백화점(Far Eastern Department Store) 8층. 명품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타이베이 대표 상권 한가운데 위치한 가전 코너 중심에는 LG전자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LG전자의 핵심 가전 라인업인 OLED TV와 워시타워,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스탠바이미 등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는 가운데 김건일 LG전자 대만법인장은 기자들에게 "LG전자는 대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혁신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만은 인구 2350만명 규모의 작은 시장이지만 가전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LG전자의 대만 법인은 스타일러, 세탁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며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대만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다"며 "아시아 다른 국가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편이고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워시타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워시타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실제 대만은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8000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4만2000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고소득층이 꾸준히 늘면서 프리미엄 가전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예전에는 일본 브랜드들이 완숙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었지만 LG전자는 매년 새로운 제품과 혁신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을 바꿔왔다"며 "AI 혁명의 진앙지로 불리는 대만에서 AI 가전 경쟁력은 더욱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차별점은 '실질적인 AI'다. 김 법인장은 "요즘은 모든 브랜드가 AI를 말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게 진짜 AI냐'고 묻는다"며 "LG는 10년 넘게 축적한 데이터와 모터·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고객 편익을 제공하는 AI를 구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OLED TV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OLED TV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실제 매장에 전시된 세탁기들은 세탁물 무게 뿐 아니라 오염도까지 분석해 세제 사용량과 세탁 시간을 스스로 조정한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세탁 시간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도 최적화한다.

    대만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스타일러와 워시타워다. 스타일러 전시존 앞에 멈춰선 김 법인장은 "대만은 한국보다 평균 습도가 10%포인트 이상 높고 위생에 민감한 문화가 있다"며 "한국에서는 의류관리 가전으로 인식되지만 대만에서는 위생관리 가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 스타일러는 최근 3년간 대만에서 연평균 약 50% 성장했다. 해외 시장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용 방식이다. 대만 소비자 상당수는 스타일러를 현관 입구에 설치한다. 오토바이 이용이 많은 생활환경 탓에 외부에서 묻어온 먼지나 오염물질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헬멧을 넣어 탈취하거나 외투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김 법인장은 "대만 소비자들은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일부 고객은 스타일러를 두 대 구매해 옷장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 내 전경. 빔 프로젝터 등 대만에서 인기가 높은 TV 대체 제품ⓒ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 내 전경. 빔 프로젝터 등 대만에서 인기가 높은 TV 대체 제품ⓒ윤아름 기자
    매장 한편에 자리한 워시타워 앞에서는 대만 시장 성공 스토리가 이어졌다. LG전자는 워시타워 출시 당시 연간 판매 목표를 1만대로 제시했다. 당시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430만원 수준이었다.

    김 법인장은 웃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목표를 1만대라고 말했더니 다들 비웃었다"며 "당시 대만 세탁기 평균 가격이 120만원 정도였거든요. 430만원짜리 세탁기를 누가 사겠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워시타워 판매량은 목표를 훌쩍 넘어섰고 LG전자는 대만 진출 22년 만에 처음으로 세탁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워시타워가 세탁기 1위 달성에 기여한 비중만 약 40%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성공 비결은 대만의 주거 환경에 있다. 대만 아파트 베란다는 평균 2~3평 수준으로 좁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설치하기 어렵다. 높은 습도 탓에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경우가 많지만 여름철에는 30~40도까지 올라가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걷는 일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일체형으로 결합한 워시타워와 히트펌프 건조 기술을 앞세워 공략에 나섰다.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에서 김건일 대만법인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특히 대만의 전력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대만은 원전 폐쇄 이후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 법인장은 "대만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에 매우 민감하다"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LG 제품들이 고효율 가전이라는 인식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대만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LG전자 세탁기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보다 해외 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신형 워시타워도 준비했다. 베란다 공간이 좁고 출입구 폭이 제한적인 대만 주거 환경을 고려해 폭 65cm 제품을 별도 개발했다.

    김 법인장은 "고객 집을 방문해보니 기존 제품은 너무 크고, 작은 제품은 이불 빨래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만 고객 요구를 반영해 중간 크기 모델을 개발했고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 전경ⓒ윤아름 기자
    ▲ 지난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내 LG전자 매장 전경ⓒ윤아름 기자
    대만에서 LG전자의 또 다른 실험은 구독 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에 이어 해외 두 번째로 대만에서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컨, 세탁기, 공기청정기, 냉장고 등 10개 제품군을 운영 중이다.

    성과도 빠르다. 제품군별로 적게는 2배, 많게는 20배까지 성장했다. 에어컨 구독 판매는 올해 5월 기준 이미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

    다만 김 법인장이 강조한 것은 판매 실적이 아니었다. 그는 "구독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용 과정에서 고객의 불편과 요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탁기 관리 서비스 과정에서 좁은 베란다 때문에 분해 청소가 어렵다는 고객 의견이 다수 접수됐고, 이를 바탕으로 비분해 방식의 유지관리 솔루션 개발이 시작됐다.

    에어컨 역시 구독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설계 개선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구독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니라 고객 경험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대만 소비자 목소리를 제품 개발에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대만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하나의 '테스트 베드'로 보고 있다. 신제품 수용성이 높고 소비자 반응이 빠른 만큼 새로운 제품과 사업 모델을 가장 먼저 시험해볼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이다. 김 법인장은 "대만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며 "LG전자는 매년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대만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