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이어 韓도 규제 완화 … 바이오시밀러 3상 부담 축소출시 격차 좁아지며 급여 등재-국가입찰-PBM 처방집 확보 경쟁 심화후발주자 한계 넘은 '베그젤마' … 현지 맞춤형으로 시장 안착능력 입증운전자금 증가-가격 하락 … 수익원 다변화에도 고수익 제품 교체속도 관건
  • ▲ 셀트리온. ⓒ셀트리온
    ▲ 셀트리온. ⓒ셀트리온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3종의 임상 3상 환자 수를 기존 계획보다 700명 줄였다. 글로벌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도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바이오시밀러의 승부처는 임상에서 허가 이후의 판매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기존 제품의 가격 하락을 방어할 고수익 신제품을 계속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가운데 직판과 신제품 확대 과정에서 운전자금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망과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현금 회수와 제품 교체속도까지 셀트리온의 경쟁력을 가르게 됐다.

    20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임상대상자는 606명에서 220명으로 386명 줄었다.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 'CT-P44'는 486명에서 394명으로 92명,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 'CT-P55'는 375명에서 153명으로 222명 감소했다. 세 임상에서 줄어든 환자는 모두 700명이다.

    CT-P51의 경우 EU 국가가 임상참여국에서 제외되면서 유럽 3상을 조기 종료하고 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했지만, EU 외 국가에서는 임상을 이어간다. 개발 중단이나 임상 실패가 아니라 규제환경 변화에 맞춘 임상·허가전략 수정인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품질·분석 동등성과 약동학 자료 등이 충분하면 대규모 비교임상을 간소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15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품목허가 과정에서 3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환자모집과 투약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면서 여러 후속 제품을 동시에 개발할 여력은 커진다. 그러나 경쟁사도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개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제품간 출시시점 격차도 좁아질 수 있다.

    오리지널과의 동등성을 전제로 하는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제품간 효능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 효능과 안전성이 유사한 제품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 허가 자체가 처방과 매출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결국은 허가 이후 급여 등재와 국가입찰,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처방집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지와 가격, 유통망, 공급능력 등이 실제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셀트리온은 시장별 제도에 맞춘 판매전략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은 경험이 있다. '베그젤마'는 선발 제품보다 약 2년 늦게 출시됐지만, 일본식 포괄수가제(DPC)를 공략해 3월 처방량 기준 점유율 64%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점유율 28%로 1년 9개월 연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픈마켓을 먼저 공략해 5월 점유율 10.6%를 확보한 데 이어 대형 PBM인 ESI와 옵텀 처방집에 등재돼 회사 기준 35% 이상의 환급 커버리지를 마련했다. 출시 순서보다 현지 급여·유통구조에 얼마나 빠르게 진입하느냐가 점유율을 좌우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판매경쟁력에는 자금 부담이 따른다. 셀트리온의 운전자금은 2022년 말 2조1879억원에서 2023년 3조9297억원으로 79.6% 늘었다. 합병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자산 2조3528억원이 합산된 영향이 컸다. 이후 직판 확대와 신제품 안전재고 확보로 올해 1분기 4조6737억원까지 증가했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신인도와 우수한 재무구조 등을 고려하면 단기 유동성 위험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재고 증가와 매출채권 회수 장기화에 따른 운전자금 변동성은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직판으로 유통마진을 가져오는 만큼 재고를 판매하고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속도도 중요해진 셈이다.

    고수익 제품을 계속 출시해야 하는 부담도 여전하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보다 15~37%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가격은 연평균 10~15% 하락해 통상 10~15년 후에는 채산성이 미미해진다.

    증권가에서도 셀트리온의 2분기 수익성 개선 배경으로 신규 고수익 제품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점을 꼽았다. 현재 11종인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2030년 18종, 2038년 41종으로 늘리려는 계획은 성장전략인 동시에 기존 제품의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교체전략인 셈이다.

    셀트리온은 일라이릴리와 6787억원,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와 2949억원 등 총 9736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확보했다. 일라이릴리 물량은 올해 2분기부터 2029년 1분기까지 공급되며 글로벌 제약사 물량은 2027년 1분기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CMO사업이 수익원 다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매출과 이익이 여러 해에 걸쳐 반영되는 데다 생산시설 투자금이 먼저 투입되는 만큼 당장 교체 부담을 덜어줄 해법은 아니다.

    규제 완화로 개발기간과 비용 부담을 낮춘 셀트리온의 다음 과제는 시장에 있다. 판매망을 점유율로 바꾸고, 점유율을 현금으로 회수한 뒤 다시 고수익 신제품에 투입하는 순환의 속도가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는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일 기회지만,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그 자체로 차별화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며 "허가 이후 급여와 유통망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재고와 매출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후속 제품을 제때 시장에 안착시키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