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23일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네티즌의 토론회를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하기로 한 데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에 포털사이트의 배너가 걸리는 등 청와대가 이른바 '포털권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털권력'이라는 말은 대형 포털사이트가 각 언론과 방송에서 공급받은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속보성과 쌍방향성을 무기로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권력을 형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뉴스서비스를 하는 포털사이트의 '편집권'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의 편집에 따라 네티즌 여론이 크게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일 '청와대브리핑'으로 이름을 바꾼 청와대홈페이지 메인화면 ⓒ 청와대브리핑 화면 캡쳐
    지난 1월부터 청와대는 네티즌들과의 쌍방향 통신 및 대국민 정보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네이버, 다음, 파란 등 3개 포털사이트에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했다. 당시에도 청와대가 기존 언론에 대한 반감 때문에 포털사이트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를 마련, '대안매체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논란이 적지않았다.

    노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인터넷 문화주류가 2002년 대선당시 노사모 등 '커뮤니티' 중심에서 '댓글' 중심으로 이동됨에 따라, 청와대가 발빠르게 이를 '접수'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활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포털사이트의 뉴스에 붙는 댓글은 이미 네티즌 여론을 주도하고 새로운 뉴스를 생성하는 기능까지 갖추게 됐다. '청와대 블로그'를 만들면서 김만수 대변인은 "댓글 중에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반영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또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걸려있는 네이버, 다음, 파란, 엠파스 등 4개 포털사이트의 배너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사이트의 '청와대 블로그'로 링크를 걸기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상업사이트 로고만 담긴 배너를 그대로 국가기관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 어디에도 포털사이트의 배너가 직접 노출되는 곳은 없다.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나 카페, 혹은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여야 각당에서 조차 메인화면에 이들 회사의 로고를 걸어두진 않는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 교수(언론정보학)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부가 행정공개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애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정치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라며 "여론을 왜곡하고 잘못된 정치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특히 현 정부 들어 국정브리핑, 국정신문, KTV, 코리아플러스 등과 같이 정부 스스로 국정을 홍보하는 국영매체가 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노 대통령과 네티즌 토론회를 생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정치적인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블로그'는 청와대측의 요청으로 개설한 것이지만, 이번 행사는 포털사이트 주최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기자를 채용하는 등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기존 언론사에서 공급하는 뉴스를 중립적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