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KBS 사장과 시민단체의 간부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KBS 프로그램 외압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KBS노조와 PD들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KBS 노동조합은 7일 ‘KBS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원칙, 끝까지 진실 규명해 관련자에게 책임 물을 것’이란 성명을 내고 “박복용 PD의 모든 문제 제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는 직에서 내려오는 수준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할 정도의 사안”이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진실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BS PD협회(회장 이도경)도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총회를 열고 노조 차원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상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총회를 통해 꾸려지는 진상조사단에는 노조는 물론 PD협회도 참가한다.

    2일 정 사장과 시민단체 간부들의 '커넥션' 의혹을 폭로했던 박 PD는 이날도 KBS 사내 전산망에 글을 올리고 “내가 글을 올린 이유는 참여연대 김기식씨가 KBS 이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고 KBS의 차기 사장 임명을 앞둔 상황에서 정 사장과 김씨의 유착관계와 잘못된 행적들이 똑바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아직도 요원한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위해서였다”며 “내 글이 알려진 후 김씨가 KBS 이사직을 고사했다니 다행”이라고 밝혔다.

    박PD는 정 사장에 대해 “공영방송 KBS의 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정당성의 근거는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던 그의 약속”이라며 “정 사장이 특정시민단체 간부의 자문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던 행위는 차기 사장 결정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내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간부에게 시달렸고 소송의 당사자가 KBS 이사로 올까봐 분을 못 참아 글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김씨가 사측에 로비하고 압력을 행사한 장본인이기는 하나 이 소송과 관련된 당사자는 아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외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에 관한 문제이며 이를 앞장서서 지켜야 할 사장의 자격요건에 관한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부에서 정 사장의 발언이 부당한 제작지시가 아니라 ‘의견제시’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자문을 받아라’고 제작 PD들이 아닌 팀장에게 말한 것은 명백한 제작 지시”라며 “김씨와 최씨가 정 사장의 지지세력이라는 것은 방송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 말했다. 박 PD는 이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 특정 시민단체, 방송계에 한 자리 차지하려는 그 단체의 간부, 그리고 이들과 연대해 연임을 노리는 정 사장의 유착관계, 이 풍경은 2006년 KBS에 어둡게 드리워진 ‘철의 삼각지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박PD는 지난 2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정 사장이 2005년 9월 제작본부 일부 간부에게 ‘KBS 스페셜’ 양극화 시리즈를 제작할 때 민언련 최민희씨와 참여연대 김씨에게 자문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또 “김씨는 지난 3월 방송된 ‘KBS 스페셜-이해충돌 일자리 위기, 자본은 왜 파업하는가’에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행위를 다루지 말도록 회사를 상대로 집요하게 로비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와 참여연대, KBS 스페셜 제작진은 “양극화 프로그램은 지난해 8월 말 이미 기획돼 제작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정 사장의 발언은 공개된 자리에서 이루어진 의견 제시 수준이었다”며 박PD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사회 구성, 정치권의 입김이 반영된 상황”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진종철) 지역지부장들은 이날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KBS노조 집행부 중앙위원들과 함께 KBS 후임 사장 선임을 앞두고 농성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8일 오전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 ‘정연주 사장 연임을 위한 거수기 KBS 신임이사회를 성토한다’는 주제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유감스럽게도 이사회를 통한 임명 제청이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조차 수행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 또한 이 같은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 이미 정치권의 입김이 반영된 상황이라면 이사회가 어떤 사장을 제청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