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은 기업과 시장을 보는 시각이 현행 교과서와는 다르다. 3월부터 전국 고교에서 활용할 이 교과서 모형은 현행 교과서의 반(反)기업 반시장적 기술을 바로잡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

    학계는 초중고교 경제 관련 교과서 114종에서 446곳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역할을 사회봉사나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고 기술한 내용이다. 이와 달리 이번 교과서 모형은 기업의 본질이 이윤 극대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 각국이 친(親)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기업들은 우호적인 환경을 찾아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소송 천국’ 미국에서도 기업 상대 소송을 제한하는 법규를 만드는 주가 늘어나고 있고, 집단소송에서 기업의 승소율도 높아졌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민영기업 원죄론’이 나오자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가 나서 ‘민영기업가들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주의 건설에 크게 공헌했다’며 반기업 정서를 달래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국 기업인이 중국의 기업 환경을 부러워하는 상황이 깊어질 판이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반기업 정서’를 배경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골몰했다. 대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몰아붙인 결과는 저조한 투자와 줄어든 일자리다. 이런 점에서 새 교과서 모형을 배우고 익혀 경제 기(氣) 살리기를 실천해야할 당사자는 바로 정부 여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조사한 국민의 기업 호감도는 작년 하반기 50.2점으로 여전히 낮지만, 3년 전 첫 조사 때의 38.2점보다는 상당히 높아졌다.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낮아지면 정치권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이번 교과서 모형이 재계의 시각을 강조한 나머지 노동조합을 너무 부정적으로 봤다는 비판도 있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경제현상과 원리를 정확하게 기술한 교과서를 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