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씨가 25일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미국의 헌법정신과 일치한다"는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기자실 통폐합을 주축으로 하는 이번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강행으로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씨는 이날 SBS 라디오프로그램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조기숙씨 ⓒ 연합뉴스
    조씨는 "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미국의 헌법정신인 삼권분립과 일치한다"며 "입법 사법 행정 3부에 이어 언론을 4부라고 하는데, 4부가 서로서로 견제를 해야되는데 정치권이 언론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오히려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사안의 핵심을 살펴보기도 전에 정치권이 언론 편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언론이 정치권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언론도 견제받아야 하고, 정부에서 이런 안이 나온 것은 바로 미국의 헌법정신,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강변했다. 

    "언론보도만 보고는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았다"

    조씨는 언론에 비판적인 인식을 그대로 나타냈다. 그는 "언론보도만 보고는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았다"며 "막상 발표를 듣고 보니까 임기 초에 시작했던 기자실 중심의 폐쇄적 홍보에서 브리핑룸 중심의 열린 홍보로 간다는 취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잘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몇 가지 가시적인 조치를 한 것 외에 (노 대통령의) 임기 초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번 방안으로 기자들의 취재 문호가 넓어진다고 강변했다. 그는 "기자실에 들어가려면 자격이 필요한데, 브리핑 제도를 하면 기자의 문호가 넓어지고, 인터넷으로 상시로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기자실이 몇 개 없어지는 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고 반대움직임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일선 기자들의 저항을 "그동안 편하게 취재를 했었던 사람은 이런 제도를 바꿈으로 해서 불편함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저항을 한다"고 폄훼했다.

    조씨는 언론보도에 있어서 신속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회자가 "모든 보도는 신속성이 최우선 중에 하나다. 물론 정확성도 중요하다"며 정보공개 청구 후 10일~20일이 걸리는 것을 지적하자, 조씨는 "다른 나라 언론은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BC 같은 경우에는 신속성은 전혀 가치로 치지 않고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도 그런 정론지의 그 정신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충고까지 늘어놓았다.

    "언론 때문에 폭넓은 의견수렴 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발표할 때 의견수렴과정을 제대로 된 것이냐"는 질문에 조씨는 "의견수렴과정을 거쳤으면 이런 제도가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모든 언론이 이해당사자인 상황에서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과연 민주적인 여론수렴이 가능했겠느냐는 사안의 특수성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견수렴 없이 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조씨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의견수렴을 했지만 공개적으로 폭넓게 하질 못했다는 것"이라고 물러섰다. 또 "이해당사자를 의견 수렴에 다 포함시키는 건 어떤 사안이든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조씨는 '의견수렴과정의 미진한 점'에 대해서도 언론탓을 했다. 그는 "우리 언론이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네 이해관계와 관련된 일이라도 좀 성숙하게 보도할 수 있는 자세가 있다면 정부로서도 그럴(의견수렴 과정을 적극적으로 거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언론이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우리 언론은 전세계에서 반론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언론"이라고 주장했다.

    "뉴스보도가 전부 팩트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편, 조씨는 사회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자가 "정부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 이번 취지라고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난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자 조씨는 "어떤 점이 그렇지 않은지 좀 말씀을 해보시라"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사회자가 "한미FTA 협정본 한글판이 있었는데 공개하지 않았다는 어제 SBS 8시 뉴스 보도가 있다"고 하자 조씨는 "지금 사회자가 말씀하시는 건 추측성 보도를 갖고 하는 것이다. 한글 번역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사회자가 "추측기사는 아니고, 어제 보도가 됐고, 오늘 아침까지도 나오는 것"이라고 하자 조씨는 "좀 객관적인 팩트를 갖고 얘길 했으면 좋겠다. 뉴스보도가 전부 팩트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가 사실보도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