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매출·시장 점유율 하락 속 '치킨에 대한 집요함' 내세운 신규 광고 공개실존 인물인 커널 샌더스 대령의 고집과 철학을 브랜드 메시지에 담아 내"고객이 만족하기 전까지는 커널 샌더스도 웃지 않을 것" 강조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하이다이브(Highdive) 대행
  • ▲ KFC의 'Obsession' 캠페인. ©KFC
    ▲ KFC의 'Obsession' 캠페인. ©KFC
    "여러분이 웃기 전까지, 그는 웃지 않을 거예요."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 KFC가 창립자이자 브랜드 마스코트인 커널 샌더스(Colonel Sanders)의 미소를 지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FC는 최근 공개한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Obsession(집착)'에서 항상 인자하고 유쾌한 웃음을 보여줬던 '커널 샌더스' 대령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세계 최고의 치킨을 만들기 위해 타협을 거부한 집요한 완벽주의자'였던 그의 실제 이야기를 처음으로 풀어냈다. 

    75초 분량의 광고에는 완벽한 후라이드 치킨을 만들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과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그레이비 소스를 집어 던지는 모습, KFC 치킨 레시피를 따라한 사람을 향해 법정에서 분노의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커널 샌더스 대령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있다.

    광고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 모든 것이 강박관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커널 샌더스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우리가 치킨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안나 팩토로비치(Anna Faktorovich) KFC 브랜드 관리 부사장은 "커널 샌더스의 성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가 지금의 KFC를 보면 분명히 화를 냈을 것"이라며 "그가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다시 상기시키는 건, KFC가 그때의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을 대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하이다이브(Highdive)의 채드 브라우디(Chad Broude) 공동 창립자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커널 샌더스의 '광인(madman)' 같은 집념을 담은 이번 광고 속 아이디어는 켄터키에 있는 KFC의 기록물을 살펴보고, 커널을 실제로 알고 지냈던 가맹점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커널 샌더스는 만화 속 캐릭터나 만들어진 브랜드 마스코트가 아닌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며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때때로 분노를 터뜨렸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의 키워드는 '셰프프러너(chefpreneur, Chef(셰프)와 Entrepreneur(기업가)의 합성어로, 단순히 요리만 하는 셰프가 아니라 사업가적인 감각과 브랜드 영향력까지 겸비한 셰프를 의미)'다. 커널 샌더스의 집요한 기질을 고든 램지(Gordon Ramsay), 데이비드 장(David Chang)과 같은 셰프프러너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 KFC는 '셰프프러너'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셰프 겸 드라마 '더 베어(The Bear)'의 배우로도 활동 중인 매티 매서슨(Matty Matheson)을 광고에 깜짝 등장시켰다. KFC의 팬으로도 유명한 매서슨은 KFC와 협력해 한정판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채드 브라우디 CCO는 "지난 10년 동안 주목받은 유명 셰프프러너들을 떠올려보면, 커넬 샌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들은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때로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훌륭한 음식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조금은 거친 열정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레트로 전략이 아니다. KFC는 지난 2015년부터 수년간 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Kennedy Portland)와의 협업을 통해 유명 배우와 인사들을 커널 샌더스로 광고에 등장시켜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쾌하고 인자한 모습의 '커넬 샌더스' 대신, '치킨의 맛'을 위해 '집착'과 '고집'을 꺾지 않은 '커넬 샌더스'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KFC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격화되는 치킨 시장 경쟁 속에서 더 이상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어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브랜드 간 차별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에 KFC는 단순히 가격이나 메뉴 경쟁이 아닌,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철학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창립자 커널 샌더스의 집념과 원칙에 다시 주목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과 본질을 재정비하고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KFC에 따르면, 미국 내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1% 감소했으며, 경쟁사인 파파이스(Popeyes)는 4% 하락, 윙스톱(Wingstop)은 0.5% 상승했다. 레이징케인즈(Raising Cane’s), 데이브스 핫치킨(Dave’s Hot Chicken)와 같은 떠오르는 신생 치킨 브랜드들은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McDonald's)와 타코벨(Tacobell) 등도 치킨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치킨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팩토로비치 부사장은 "지난 몇 년간 치킨 전쟁이 격화되면서 KFC가 시장에서 다소 입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8개월 동안 고객과 비고객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고,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문제(perception challenge)'가 있다는 점"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는 그 부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 치킨에 대해서만큼은 당당해질 것"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KFC 치킨이 과대평가 되는 것보다는 과소평가 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보다 더 나아 보이게 과장하거나 포장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게 다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FC 브랜드의 변화는 매장 외관과 패키지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먼저 KFC는 SNS를 통해 새로운 커널 이미지를 공개했으며 뉴욕 맨해튼 14번가 매장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커널 샌더스의 얼굴이 대형 간판으로 걸렸고, 새 포장재에는 'He ain't smiling until you are(여러분이 웃기 전까지, 그는 웃지 않을 거예요)'라는 문구가 인쇄된다.

    한편, KFC는 이번 캠페인을 단순히 광고에 그치지 않고, 체험 중심의 마케팅으로도 확장한다. 앱을 통해 리워드 회원들에게 무료 치킨 버킷을 제공하며, 광고 영상 곳곳에 숨겨진 11가지 퍼즐과 챌린지를 통해 소비자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11가지 단서는 KFC의 치킨 시즈닝에 쓰이는 11가지 허브와 향신료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