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논객인 소설가 복거일씨와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간에 금융시장 불안으로 출렁되는 환율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놓고 지상 설전이 벌어졌다. 복씨가 조선일보를 통해 환율 변동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달러화를 채택하자고 주장하자, 이 교수가 같은 신문을 통해 지극히 극단적이고 도가 지나친 의견이라며 반박하고 나선 것.

    이 교수는 19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시론'에서 "달러 채택은 당치 않다"며 복씨의 달러 채택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달러 채택의 가장 큰 문제로 '통화정책의 주권 상실'을 들었다. 그는 "달러를 자국 화폐로 채택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상황에 대응해 통화정책이나 금리정책을 펼 수 없다. 또 환율정책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경기변동이나 경상수지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은 재정 정책 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채택을 "마치 정부의 손발을 묶어놓고 경기변동과 싸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복씨가 다른 여러나라들이 ▲환산(換算)제거로 인한 경제의 효율과 ▲통계의 정확성 등의 이유로 단일 화폐를 추진하거나 달러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복씨가 유럽 국가들의 유로화 채택을 달러화 채택의 본보기로 든 것과 관련해선 "무역자유화, 노동과 자본시장의 통합 등을 거친 후 마지막 단계로서 화폐 통합을 한 것이었고 미국 달러화에 대항하는 국제기축통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복씨가 얘기한 '달러 채택'과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부 국가들의 달러 채택에 대해선 '우리와 처지가 다르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중남미의 일부 국가는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달러를 채택한 경우였고 중동의 일부 국가 역시 안보상의 이유로 달러 채택을 쓰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채택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최악의 경우 과거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가까운 장래에 미국 달러가 국제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만일 한국이 달러를 사용한다면 통화주권은 상실한 채, 기대했던 통화가치의 안정 역시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18일 복씨는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아침논단'을 통해 "출렁이는 환율 문제의 해법은 표준 화폐인 달러를 쓰는 것"이라며 원화를 버리고 달러를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맞은 나라들이 세계적 표준인 달러를 통화로 삼아서 위기를 벗어난 경험이 확인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복씨는 달러 채택의 주요 혜택으로 '환산의 사라짐'을 들었다. 그는 "화폐들 사이의 환산은 번거롭고 부정확해서, 경제 효율과 통계의 정확성에 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데 달러화 채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채택의 또 다른 혜택으로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1990년대의 경험은 특히 교훈적"이라며 "김영삼 정권은 환율을 계속 억제했고 끝내 참담한 화를 불렀다. 달러 채택은 이런 '환율의 덫'을 없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