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전 재산 사회 기부'에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이 '딴지'를 거는 모습이 보인다. 한겨레신문은 17일자 지면에 '대통령의 약속'이라는 칼럼을 내고 "믿을 만한 곳을 골라 조용히 맡기면 될 일이었지만 굳이 재단을 만들겠단다"며 사회 기부를 비꼬았다.

    칼럼은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가 냉혹했던 기업활동을 은퇴한 뒤 재단을 운영하며 사회 공헌과 기부에 충실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이어 "(록펠러가) 은퇴한 뒤의 '다른 삶'은 쉽지 않았다"면서 "1905년 보스턴의 한 교회는 록펠러가 기부한 10만달러를 받았다가, '더러운 돈을 당장 돌려보내라'는 신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옮겼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지 '한겨레21'은 이 대통령이 전 재산 사회 기부 뜻을 밝히자 "정치생명 위기 때마다 재산 헌납으로 돌파… 이번엔 도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었다. 기사의 제목은 "이명박의 '확인 사살' 헌납'"이었다. 어차피 당선될 거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기부라는 카드를 던졌다는 얘기다.

    또 이 신문의 한 기자는 지난해 말 대선 1년에 즈음해 다른 매체에 글을 올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은 과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를 닥달했다. 재산 사회 기부 발표도 못마땅하다더니 시간이 흘러서는 "빨리 기부하라"고 재촉한다. 이제는 조용히 추진해온 기부 준비가 알려지자 '정치 행위'로 매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8일자에서 "'문근영 악플', 천박하고 추악하다"는 사설을 내보냈다. '기부천사'로 유명한 영화배우 문근영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색깔론 제기'를 강하게 비난한 글이었다. "놀랍고 또 두렵다"로 시작한 사설은 "악플과 험구가 우리 사회 일각의 도덕적·지적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면 더 두려운 일"이라면서 "그런 몰상식과 야만적 언어폭력이 우리 사회를 퇴행시킨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전 재산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돌려주겠다는 국가 지도자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놓고 "미국에서는 더러운 돈을 당장 돌려보내라고 했다"는 식의 평가를 하는 신문이 있다는 현실에 '놀랍고 또 두렵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