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조지타운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 어렵지만 희망이 보인다면서 낙관적인 대 국민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자가 앞으로도 더 많이 생겨나고 주택압류도 계속되는 등 고통스런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 경기회복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희망적인 쪽에 무게의 중심을 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 개전 초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성급하게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가 망신을 당한 점을 의식한 듯, 오바마의 경제현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낙관론이 스며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이처럼 신중한 낙관론을 설파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게 된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실제 경기지표들이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다우지수는 부활절을 앞둔 주말까지 5주 연속 상승하면서 한때 8,000선을 회복했으며 웰스파고 은행은 1.4분기에 수십억달러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에 받았던 구제금융 자금 가운데 100억달러의 상환 계획을 발표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4일 주택경기와 소비지출 지표를 인용해 경기의 가파른 위축 속도가 완만해지는 신호가 엿보인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경기에 낙관론을 피력한 두번째 이유는 현실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오바마가 조지타운대학에서 연설한 시점은 취임 85일째 되는 날이다. 미 언론들이 취임 100일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로서는 경제문제를 매우 현실적인 정치적 이슈로 여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취임 100일이 지나면 경기침체를 전임자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려온 여론도 점차 희석되면서 오바마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가 경제지표에서 나타난 희미한 신호를 끄집어내 희망론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셋째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죄다 이용한 탓에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압박을 겪고 있는 점이다.

    오바마는 7천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자동차 산업 구제안, 주택차압 방지를 위한 플랜, 비(非)은행 금융회사의 신용경색 완화 방안 등을 동원했으며 최근 끝난 G20 정상회담에서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을 재촉하면서 글로벌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오바마가 서둘러 응답했다는 것이다.

    넷째로, 앞으로 오바마가 취할 두가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사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기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달중으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며, 비슷한 시기에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운명도 결정해야 한다.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서는 퇴출시켜야할 은행과 추가 구제금융으로 살려야할 은행이 가려지게 된다. 또 얼마전 퇴출당한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의 경우처럼 은행의 CEO들 가운데 상당수도 오바마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쫓겨날 수 있다.

    이런 가혹한 결정을 내리는데는 여론의 지지가 필수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취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회생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오바마가 희망론을 제시한 다섯번째 이유는, `경제는 곧 심리'라는 점을 들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곤두박질치는 경제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심리가 계속 위축될 경우 여타 실물부문이 개선되더라도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경제주체들이 그간의 비관론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고 왕성환 소비활동에 나서도록 독려하기 위해 오바마가 미약하게 나타난 경기회복의 신호를 근거로 낙관론을 폈다는 것이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