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다음의 아고라에는 네이버 전 직원으로부터 내부 고발용 게시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측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댓글을 삭제해오다 촛불시위로 네이버가 친 이명박 포털로 몰리며 회원 탈퇴가 잇따르자, 지난 해 6월 갑자기 “욕설이 아니면 가급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글을 삭제하지 말 것”을 통보하는 사내 메일을 게시글을 관리하는 직원들에 돌렸다는 것이다. 이에 네이버 측은 즉각 다음 아고라에 임시차단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 이 글은 차단됐다.

    그러나 네이버 전 직원 유민수씨(27)는 다음 아고라는 물론 네이버 각 뉴스 댓글에도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본지는 지난 2월부터 유민수씨와 만나서 입장을 들어왔고,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전경웅 사무국장 등과 함께 정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이버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는가?

    - 네이버는 (주)NHN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이고 네이버의 게시글 관리는 자회사인 (주)NHN서비스라는 회사에서 맡는다. 나는 (주)NHN서비스에서 증권 콘텐츠의 종목 게시판을 당담했고 부서는 모니터링파트였다.

    언제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언제 퇴직했는가?

    -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1년 계약했지만, 10월에 그만두었다.

    회사 측과 어떠한 갈등이 있었는가?

    - 그렇지 않다. 회사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만두었을 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이 지난 뒤에 갑자기 네이버 측의 게시글 관리 문제를 인터넷에 언급한 이유는?

    - 갑자기가 아니고 촛불시위 당시 게시글 관리 지침이 내려왔을 때부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퇴사한 뒤 이것만큼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고 있다.

    정확하게 무슨 내용의 지침이었는가?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게시글 삭제 기준을 완화시키라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불리한 내용이더라도 그 글에 대해 삭제요청이 들어오지 않았거나 심한 욕설이 아니라면 삭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시기는 언제였는가?

    - 촛불시위가 한창이고 안티 네이버 네티즌이 늘고 네이버 회원 탈퇴가 이어졌을 5월 말에서 6월 초로 기억한다.

    누가 어떤 형태로 지침을 내렸는가?

    - 직원을 관리하는 파트장이 사내 이메일로 돌렸다.

    모든 직원들에 돌렸는가?

    - (주)NHN서비스에는 게시글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다. 내가 있던 모니터링파트, 뉴스모니터링파트 등이 그것이다. 내가 알기론 게시글을 관리하는 직원들에게만 보낸 것 같다.

    파트장이 보낸 사내 이메일을 가지고 있는가?

    - 회사에서 일할 때 회사 이메일로 들어왔기 때문에 메일 계정이 남아있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퇴사한 후 그 이메일을 내가 쓸 수가 없어 현재로서는 갖고 있지 않다.

    내부고발을 하면서 왜 가장 중요한 증거인 메일 내용을 복사해놓지 않았는가?

    - 회사에 스파이로 들어간 것도 아니니 그 당시 굳이 자료를 보관해놓을 필요가 없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 생각한 것은 퇴사한 이후부터였다.

    ‘쥐박이’ 등이 포함된 게시글은 모두 삭제

    만약 네이버 측이 이를 부인한다면?

    - 나의 이메일로 들어온 사 측이 보낸 지침을 따랐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회사 이메일 계정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면 증명할 수 있다. 나 이외의 다른 모니터링 직원들도 받았을 테니, 그렇게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사용했던 모니터링 툴로도 어느 정도 수준은 삭제해왔고, 어느 정도 수준은 승인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내가 받은 이메일을 내용 그대로 내가 한 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측이 이를 부인한다면 내가 이메일을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은 행동을 거짓으로 지어냈다는 말이다. 이것은 나의 양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 거짓글을 올려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만큼 내가 어리석지 않다.

    파트장이 단독으로 판단한 건가 아니면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인가?

    - 나는 파트장의 지시만 받고 일했기에 그 과정과 절차는 모른다. 다만 회사의 분위기 상 파트장이라 하더라도 게시글 관리 지침을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의 추측이다.

    그렇다면 촛불 시위 이전에는 네이버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불리한 글도 삭제해왔다는 말인가?

    - 그렇다. 허위사실도 아니고 욕설이 아니라 대략 ‘쥐박이’ 같은 단어가 들어간 글 등 대통령이 불쾌하게 생각할 만한 글은 삭제해왔다.

    사회갈등유발, 국가비방 등도 삭제의 기준

    삭제의 기준은 무엇인가?

    - 네이버 측의 삭제 기준은 욕설/모욕, 사회갈등유발, 청소년유해게시물, 서비스성격에맞지않음 등이다. 그러나 실제 삭제하는 경우 담당 직원의 판단에 의존한다. 나의 경우 ‘쥐박이’ 글을 '욕설/모욕'으로 분류해 삭제해왔다.

    사회갈등유발과 서비스성격에맞지않음 등등의 기준이 애매해보인다. 촛불시위를 선동하는 모든 글은 사회갈등 유발 아닌가?

    - 실제로 그렇다. 예를 들면 내가 증권 게시판을 관리했지만 증권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당담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게시글이 삭제될 수밖에 없다. 사회갈등유발 같은 기준은 포괄적이다. ‘사회갈등유발’ 뿐이 아니라 ‘서비스의 성격과 맞지 않음’ 으로도 삭제했다. 어쩔 땐 ‘서비스의 성격과 맞지 않음’ 으로, 어쩔 땐 ‘사회갈등’ 으로 나도 일괄적이지 못하게 삭제하여 왔고 그것에 대하여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사측에서 모니터링을 운영자에만 의존하는 것이 확실하다. 사회갈등유발 항목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생겼고, 그 당시 국가비방이라는 항목도 있었다.

    국가비방적인 글을 삭제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다는 말인가? 어떻게 네이버 담당 직원이 국가비방 게시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나?

    - 마찬가지이다.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다.

    그간 ‘쥐박이’가 포함된 글을 누구 지시로 삭제를 해왔는가?

    - 나는 2007년 12월에 입사했으니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 일을 해보니 주위 동료들이 그런 글을 삭제하는 것을 보고 게시글 삭제의 기준을 서서히 익혀갔다.

    이명박 대통령에 불리한 게시글을 삭제하기 시작했을 때도, 누군가에게 물어봤을 것 아닌가?

    - 동료 직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게시글 삭제의 분위기가 있다. 나는 직원이므로 그 분위기를 따라갔다.

    지난 해 6월 경에 대통령에 불리한 글의 삭제 기준을 완화하라는 지침 이후 게시글 삭제 기준이 실제로 완화되었는가?

    - 그렇다. 그 이후부터는 욕설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그대로 놔두었다. ‘쥐박이’ 관련 글도 삭제하지 않았다.

    대통령 관련 게시글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인가?

    - 그건 분명하다. 그간 대통령에 불리한 게시글을 삭제를 해왔으니, 회사 측에서도 완화하라는 지시를 했을 것 아닌가? 나 스스로는 게시글 삭제 완화 지침이 내려오기까지는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관성대로 해왔을 뿐이다.

    대운하, 촛불시위 이슈 때, 네티즌의 게시글 모아 상관에 보고

    이명박 대통령 관련 게시글 이외의 다른 게시글에 대한 지침이 내려온 적도 있나?

    -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대운하 관련 논쟁이 벌어졌을 때와 촛불시위 때, 네티즌들의 게시글을 모아서 파트장에 보고를 하라는 지침이 있어 그렇게 했다.

    네티즌들의 게시글을 모아서 상관에게 보고했다는 말인가?

    - 그렇다. 네티즌의 글 URL을 모아서 상관에게 보고해왔다.

    네티즌의 글을 모아서 분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모르겠다. 나는 그냥 데이터를 수합해 보고해왔을 뿐이다.

    다시 질문이 돌아오지만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를 공개하게 되었는가?

    - 일반 네티즌들은 네이버 등 포털에서 게시글 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해보니 철저하게 자사의 이익에 따라서 게시글 관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엄연히 회원들의 창작물인 게시글을 회사의 자의적 잣대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글을 올린 이후 네이버 측에서 연락이 온 적은 있나?

    - 없다. 처음에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렸을 때, 네이버 측에서 차단을 요구한 이후로 내가 여러 게시판을 글을 올리니 대응하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다고 판단한 듯하다.

    내부 고발 의지만 있다면 회사 측이 삭제해도 얼마든지 가능

    최근 국회에서는 게시글 처리 기준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직접 게시글 관리를 담당한 사람으로서, 또한 내부고발용 글을 다음에 올려 차단을 당한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분명한 것은 게시글 삭제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포털사의 자의적 기준과 직원들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가 없다.

    또한 내부고발을 하는 입장에서 설사 한두 사이트에서 내 글이 차단되어도 다른 사이트에다 글을 올릴 수 있으므로 내부고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아무리 게시글을 차단해도 내 생각을 알릴 수 있다.

    향후 진상규명 계획은?

    - 핵심은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네이버 측이 대통령 관련 글 삭제 기준을 완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이메일의 존재여부인 듯하다. 이에 대해서 네이버 측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에서 게시글 관리를 담당한 다른 직원들, 특히 뉴스파트를 담당한 직원들도 확인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