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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국회 부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표결 처리된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지분참여 제한 비율이다. 통과된 개정 신문법과 방송법은 신문과 대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의 지분은 10%로 제한하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소유는 모두 30% 이내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문과 방송을 교차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언론통폐합 이후 29년 만에 열린 셈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과 관련해서는 2012년까지 신문·대기업의 경영권을 유보하되 지분 소유는 허용키로 했다. 특히 지상파 지분 참여를 10%로 제한한 까닭에 최소 3개 이상의 대주주가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지상파방송에 대한 책임경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의 필요성 등으로 현실적으로 진출 가능성이 떨어지는 지상파보다는 당장 문호가 열린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로 신문과 대기업이 관심을 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장 하반기 중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승인방안을 마련, 모집공고, 심사 등 과정을 거쳐 각각 1∼2개의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사업자를 선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신문 구독률이 20%가 넘는 대형 신문사의 경우 방송 진출을 할 수 없도록 사전규제장치를 추가한 점은 특정 신문사의 방송진출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200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는 구독신문 점유율이 조선일보 25.6%, 중앙일보 19.7%, 동아일보 14.3%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신문을 구독해 보고 있는 가구 중 해당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의 비율로 이번 미디어법에서 말하는 구독률과는 개념이 다르다. 전체 가구 중 해당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의 비율인 구독률은 조선일보 11.9%, 중앙일보 9.1%, 동아일보 6.6% 등으로 모두 방송 진출이 가능하다.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독률로는 신문시장에서 지배력을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로선 국내 모든 신문사가 지상파든, 종합편성채널이든, 보도전문채널이든 지분취득이 가능하게 됐다.
신문의 광고수입과 발행부수, 유가부수 등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신문사만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세워놓은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69개 일간지 가운데 한국ABC협회의 부수검증에 5개지만 참여할 정도로 ABC제도가 유명무실화돼 있는 상태에서 이런 사전규제는 ABC제도, 나아가 광고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정 신문법이 신문의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구독수입, 광고수입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토록 한 규정을 삭제한 점은 이런 사전규제와 상치되는 문제로 남는다.
개정 방송법은 또 여론독과점 제한을 위한 사후규제 방안으로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이 30%가 넘으면 광고를 제한하거나 추가분 프로그램을 위탁하는 방식의 제한을 가하도록 했다. 여기에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고 있을 때 신문 구독률을 10% 안의 범위에서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도록 하는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제도를 도입토록 했다. 신문사의 구독률이 10%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청률로 환산했을 때 매체영향력을 고려해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은 신문시장과 방송시청 점유율을 합산해서 나오는데 매체별로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매체별 가중치를 둬 계산한다. 독일 매체집중조사위원회(KEK)는 2006년 악셀슈프링어의 프로지벤자트아인스 인수계획을 허용치 않으면서 TV방송의 영향력을 100으로 보고 일간신문은 TV방송 영향력의 3분의 2, 온라인매체와 라디오는 2분의 1, 대중잡지는 10분의 1로 측정했다.
아울러 개정 미디어법은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해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도입에 따른 매체별 가중치 지수 등을 개발하는 등 신문·방송 겸영에 따른 사후 규제 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