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형 펀드가 활성화된 2002년 이후 최대 유출 규모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이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지난 27일까지 빠져나간 금액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4조1천674억원에 달했다.

    ETF를 포함하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7일 현재까지 5조4천843억원이 순유출됐다.
    2002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대량 순유출이 이뤄진 사례는 이번 경우 외에 2003년 3월~2004년 9월 3조9천430억원, 2006년 12월~2007년 4월 4조6천170억원 등 2차례다.

    하루 1천억원, 때로는 2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순유출되고 있는 최근 추세를 봤을 때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이같이 주식형 펀드 순유출이 눈덩이처럼 늘면서 국내 기관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6천801억원이, 한국투신운용의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천754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유동성에 제약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관은 작년 9월 이후 28일까지 급등장에서 13조3천1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같은 기간 13조8천694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에게 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를 15% 이상 웃도는 수익률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펀드를 운용하는 박현준 펀드매니저는 "순유출이 일어나면 아무래도 분할 매도를 조금씩 해야 하니까 유동성에 제약이 생긴다"면서 "새로운 종목을 사고 싶을 때도 핵심 종목들을 홀딩하면서 주변 종목들을 정리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매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되면 다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본전이 돼 환매하는 투자자와 수익이 나 환매하는 투자자가 맞물리면서 유출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관건은 유입이 언제, 얼마나 크게 늘어 유출분을 만회하느냐인데 내달 말쯤 펀드 손바뀜이 어느정도 선에 이르면 유입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펀드에 투입된 가계 자산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적립식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오기 힘들어 순유출은 계속되리라 판단한다"면서 "다만 경기 변동과 연계된 거치식 펀드의 경우 4분기 중반 이후에 유입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20% 가량이 주식형 펀드에 투입된 상황에서 추가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코스피지수 1,000에서는 무서워서 못사고 1,500때는 많이 올라 못사다가 1,800정도 갔는데 2,500 간다는 전망이 대세가 되면 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